『한조언어문자관계사』는 조선어와 한어의 관계에 대해 한자의 유입과 사용, 조선 문자의 창제와 한자, 역대 조선의 한어 연구, 조선에서의 한어 번역 등 4개 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중국 한자의 개관과 한자 사용의 가능성을 통해 한자의 초지역성, 표의적 특성을 설명하면서 문자가 없던 고대 시기, 조선 민족이 한자를 그대로 받아들여 서사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밝혔다. 『삼국사기』와 같은 고대 문헌에서 알 수 있듯이 한자와 한문은 삼국 시기에 이미 조선 민족의 공용 서사 도구로 정착하기 시작했다. 고려 전기와 조선 전기(중세 조선어 시기)를 거쳐 조선어 음성체계 내에서 한자음은 중국 한어음과의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독자적인 강한 규범성을 가졌다. 현대 중국어의 방언들이 모두 고대 중국어에서 변화 발전해 왔으므로 조선 한자음과 민남 방언과의 대비를 통해 그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증했다.
고대 조선에서의 한문의 직접적 사용과 한자의 조선식 사용, 조선 한자의 창조와 더불어 ‘훈민정음’의 창제는 한어 어휘의 대량 유입과 한자어의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또한 『홍무정운역훈』 『사성통고』 『사성통해』 등 한어 학습과 연구를 위한 운서, 『역어유해』 『주해어록총람』 『고금석림』 등 한어 학습과 연구를 위한 대역서, 『노걸대』 『박통사』 『오륜전비기』 등 역과 시험을 위한 회화 독본으로부터 역대 조선에서의 한어 연구에 대한 다양한 연구 성과들을 기술하였다.
이 외에 구두 번역 시기, 이찰 번역 시기, 언해 시기, 명청 소설 번역과 번안체 시기 등 4개 시기로 나누어 고대로부터 개화기까지의 한어 번역의 특징을 설명했다. 특히 『금강경언해』 『두시언해』 『대학언해』 『노걸대언해』,『박통사언해』 등과 같은 언해서들은 언해와 번역을 동시에 진행한 것으로서 참고할 가치가 높은 문헌임을 지적했다.
조선어에 대한 한자의 영향과 그로부터 이루어진 고대 조선의 서사 수단에 대한 연구 및 한글 창제에 있어 한자의 영향과 조선에서의 한자학 연구, 조선어 어휘 체계에 준 한어의 영향, 그리고 한어 번역에 대한 연구 등에서 참고할 가치가 큰 저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