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총 5쪽, 1931년(소화 6년) 민중서원(民衆書院) 발행. 표지에 ‘조선어(朝鮮語)를 라마자(羅馬字)로 기사(記寫)함의 규례(規例)’라는 표제 아래 ‘KEY TO THE ROMAN LETTERS AS ADOPTED TO REPRESENT KOREAN SOUNDS’라는 영문 표제가 있다.
박승빈은 종전의 로마자 전사체계가 국어의 어음을 주체로 하지 않고 영어의 어음에 의한 로마자의 음을 주체로 하고 그 음에 해당하거나 근접한 조선어음을 대응시킴으로써 ‘발’과 ‘팔’이 로마자로 모두 ‘pal’로 적히는 것의 문제를 통감하고 있었다. 더불어 당시에는 로마자 표기법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동일한 음을 표기하는 데에도 사람마다 각기 다른 로마자를 사용하는 것에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조선어를 주체로 하여 합리적이며 규칙적인 로마자 표기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음리적 이론과 실용상의 편의를 고려하여 로마자 표기법을 만들게 되었다. 이와 같은 박승빈의 로마자 표기법 내용을 수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박승빈이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로마자 표기법은 박승빈이 안을 만든 후 1930년 6월에서 1931년 2월까지 보성전문학교 교원회에서 6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한 것이다.
그러나 정밀하게 로마자 표기법의 규정을 제시한 것이라기보다 한글의 각 자음과 모음에 어떤 로마자를 써야 하는지 그 대응표를 제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대응표를 보면 평음 계열 ‘ㄱ, ㄷ, ㅂ, ㅈ’의 초성과 종성을 모두 ‘g, d, b , j’에 대응시켰고 유기음 계열 ‘ㅋ, ㅌ, ㅍ, ㅊ’의 초성과 종성은 모두 ‘k, t, p, ch’에 대응시켰다. ‘음조(音調)의 부호(符號)’라 하여 경음조, 격음조의 부호를 따로 두기도 하였다. 또 당시에 이미 소멸한 ‘ㅸ, ㅿ, ㆆ, ㆍ’에 대해서도 로마자 표기를 대응시켜 놓기는 하였으나 해당 한글에 ‘×’ 표시를 하여 현재에는 사용되지 않는 것임을 표시하였다.
한글과 로마자의 대응표 뒤에는 ‘주기(註記)’라 하여 몇 가지 첨언을 해 놓았다. 그 내용은 초성에 오는 음가 없는 ‘ㅇ’은 로마자에서 따로 표시하지 않고 모음만 쓰면 된다는 것, ‘ㄹ’의 경우 일반 받침에 올 때에는 ‘l’을 쓰지만 자음군의 받침에 올 때에는 ‘r’로 사용한다는 것(예, 닭 : darg), ‘ㆍ’의 경우 고대의 원음과 현재의 음이 다르므로 각각에 해당하는 로마자 표기를 따로 둔다는 것, 하나 이상의 로마자가 하나의 조선음에 대응될 때에는 연결부호를 쓴다는 것, 경음조와 격음조의 경우 각각 어느 위치에 기호를 기입하는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