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양광도(楊廣道)의 계수관(界首官)인 광주목(廣州牧) 관내의 역을 아우르면서 동남쪽의 충주(忠州) 방면으로 뻗은 역로망이다.
『고려사』 권82 병지2 참역(站驛)에, “광주도(廣州道)는 15개의 역을 관할하는데, 덕풍(德豐)·경안(慶安)·장가(長嘉)·안업(安業)·남산(南山)[광주(廣州, 경기도 광주시)], 양재(良梓)[과주(果州, 경기도 과천시), 김령(金領)[용구(龍駒, 경기도 용인시)], 좌찬(佐贊)·분행(分行)[죽주(竹州, 경기도 안성시)], 오행(五行)·안리(安利)[이천(利川, 경기도 이천시)], 무극(無極)[음죽(陰竹, 경기도 이천시)], 요안(遙安)[음성(陰城, 충청북도 음성군)], 단월(丹月)·안부(安富)[괴주(槐州, 충청북도 괴산군)]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고려사』 참역 항목에는 경주도(慶州道)로 되어 있지만 역 시설의 분포나 계수관(界首官)을 역도 명칭으로 삼는 사례를 고려하면 광주도(廣州道)의 오기(誤記)임에 틀림없다. 총 15개 역참시설 중 11개의 역이 광주 관내에, 나머지 마지막에 나열된 4개의 역은 충주 관내의 것이다. 광주목 관내에서 무극역-요안역-단월역을 경유하여 도달하는 안부역(安富驛, 충주시 수안보면 안보리)은 영남지방으로 통하는 주요 길목으로, 이곳에서 계립령(鷄立嶺: 하늘재)이나 조령(鳥嶺)을 넘어 요성역(聊城驛)-유곡역(幽谷驛, 경상북도 문경시)으로 이어지는 상주도(尙州道)로 연결되었다.
이 방향과 반대쪽인 남경(南京, 서울특별시)으로 통하는 역도망은 광주목의 덕풍역(경기도 하남시 덕흥동)이나 과주의 양재역을 지나 사평도(沙平渡)·양진(楊津) 등의 나루시설을 통해 한강을 건넜다. 양재역은 현재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일대에 위치한 역으로, 남경에서 한강의 사평나루를 건너 남쪽으로 향할 때에 지나던 첫 번째 역에 해당하였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양재역은 국가적으로 핵심적인 교통 요지로서의 기능을 담당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광주도가 역도 명칭을 오기한 것 이외에 남산역의 위치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고려사』에 남산역이 광주에 위치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조선 전기의 『세종실록지리지』나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는 광주가 아닌 양천현(陽川縣)으로 나와 있다. 오늘날의 서울특별시 강서구 화곡동으로 비정되는 남산역은 남경과 안남도호부 수주(樹州, 인천광역시 부평구 일원), 혹은 남경과 인주(仁州)간의 교통에 이용되었던 역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광주도는 삼경(三京) 중 하나인 남경에서 한강을 건너, 양광도의 주요 거점 고을인 광주와 충주를 거쳐 영남지역으로 뻗은 육상교통망으로 간선 역로망의 일부에 해당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광주도 관할 역의 숫자는 남경∼개경을 잇는 청교도(靑郊道)와 마찬가지로 여타의 역도(驛道) 보다 적은 15개에 지나지 않는다.
고려시대 광주도는 광주목을 비롯하여 남경이나 충주로 이어지는 주요 육상교통로 구간에 분포하는 역로망이다. 한강을 도하하는 나루시설과의 연결, 전라도·경상도로 분기(分岐)하는 역로의 분포, 소백산맥의 주요 고갯길로의 연결 등은 광주도의 교통사(交通史)적인 의미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