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침은 위가 넓은 사다리꼴이며, 나무로 만들었고 중심 부분을 반원형으로 파내어 머리를 받치게 되어 있다. 중국이나 삼국시대의 다른 고분 출토품과 달리 홈이 깊어서, 시신의 머리를 고정하기에 편리한 구조를 갖추었다.
표면에는 붉은색 안료인 진사(辰砂)로 채색하고 얇은 금박으로 육각문을 장식한 후, 그 안에 다양한 색을 활용하여 천인(天人), 연꽃, 봉황, 어룡 등을 그려 넣었다. 특히 연화화생(蓮華化生)의 과정이 도해되어 있는데, 화생은 불교에서 말하는 사생(四生)의 하나로 육도윤회에서 벗어나 극락의 연꽃 위에 왕생하는 것이다.
왕비 두침에는 사엽화문(四葉花文)에서 변화생(變化生)을 거쳐 천인으로 화생하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이와 같은 천인 탄생 도상은 중국 남북조시대 미술에 자주 등장하며, 왕비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불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왕비의 두침 윗면 양쪽에 있는 봉황 장식도 주목된다. 적외선 촬영으로 갑(甲)과 을(乙)이 쓰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암수를 구별하거나 정해진 위치를 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된다. 봉황은 따로 만들어 부착한 것으로 족좌의 윗면에 꽂는 나뭇가지 장식과 연결된다. 새와 나무는 고대 사회에서 하늘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피장자를 하늘과 이어 주기 위한 상징물로 추측된다.
무령왕비 베개는 왕의 두침이 온전하게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백제의 장례 문화를 연구하고 공예 장식 문양과 기법을 고찰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또한 두침에 반영된 다양한 사상적 배경은 백제의 내세관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