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에 계림영화사(鷄林映畫社)가 제작하였다. 이 영화는 나운규(羅雲奎)의 「아리랑」(1926)에 이어 만들어진 한국영화 개척기의 또 하나의 명작이라고 일컬어졌다.
이 작품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하던 주인공 광진(光鎭)이 출옥하는 데서 시작된다. 수감중에 헤어졌던 아내를 찾아서 헤매던 광진은 한 식당에서 돈에 팔려온 처녀 순이(順伊)를 우연히 알게 된다. 순이에게는 암담한 세상을 비탄하는 시인 조영희(趙永熙)라는 애인이 있다. 광진은 딱한 처지에 있는 순이와 영희를 몹시 동정한다.
한편 광진은 계속해서 아내를 찾아 헤매지만 같은 서울의 하늘 아래에서 책장사를 하는 아내와 만나지 못한다. 실망한 광진은 이즈음 순이가 건달패에게 희롱까지 받게 될 위험에 놓인 것을 알고 자신이 감옥생활을 하며 모았던 돈을 몽땅 털어 순이의 몸값을 갚아준다. 젊은 두 남녀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 뒤 광진은 아내와 비슷한 여인의 집을 찾아 숨어 들어간다. 이때 광진은 오래 전부터 아내를 연모해 온 건달패 두목이 자기 아내를 범하려는 것을 보고 뛰어든다. 광진은 건달패 두목을 몰아 이층의 창문에서 떨어져 죽게 하고 만다. 광진은 10년 만에 사랑하는 아내와 재회하여 얼싸안게 되었지만 형사들에 의하여 붙잡혀 다시 형무소로 끌려가게 된다.
한편, 먼동이 틀 무렵 이처럼 암담한 현실에서 사랑과 이상이 있는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두 젊은 남녀가 길을 떠나고 있었다. 순박한 처녀 순이와 젊은 시인 조영희였다.
1920년대, 암담한 일제식민지하의 사회를 배경으로 억울한 누명으로 좌절하는 광진과 이상향(理想鄕)을 찾아서 먼길을 떠나는 남녀를 통해 이 영화는 심훈의 초기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매우 사실적이고도 인물의 묘사가 극명(克明)하여 무성영화시대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작품의 하나로 꼽힌다. 심훈은 시나리오와 영화평론을 많이 남겼지만 직접 감독한 작품은 아쉽게도 「먼동이 틀 때」 한 편으로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