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척언』은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김정국이 지은 필기집이다. 다수의 시화, 견문, 사대부의 일화, 야사, 소화를 기록하여 기존의 필기류를 계승하면서 당대의 시사를 함께 조명했다. 특히 기묘사화(己卯士禍)에 관한 내용이 많아, 기묘사화에 대한 초기 사림파의 의식을 살필 수 있다.
김정국(金正國, 14851541)의 자는 국필(國弼), 호는 사재(思齋) · 은휴(恩休), 시호는 문목(文穆)이다. 김안국(金安國)의 아우로서 형제가 모두 김굉필(金宏弼, 14541504)의 문인(門人)이다. 1509년에 문과에 급제한 후 기묘사화(己卯士禍) 때 삭탈관직(削奪官職)될 때까지 홍문관(弘文館)과 대간(臺諫) 등의 청요(淸要)직을 역임(歷任)했다. 저서로는 문집인 『사재집(思齋集)』을 비롯하여, 『기묘당적(己卯黨籍)』, 『사재척언』, 『경민편(警民篇)』 등이 있다.
1권, 90화. 김정국의 문집인 『사재집』은 4권 2책으로 되어 있는데, 『사재집』 제4권에 『사재척언』과 『기묘당적』이 실려 있다. 한편, 『사재척언』은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 · 『국조인물지(國朝人物志)』 등의 인용 서적 목록에 포함되어 있으며, 『연려실기술』 별집(別集) 제14권 「문예전류(文藝典類)」 야사(野史) 목록이나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예문고(藝文攷)」 5 잡찬류(雜纂類)에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가장 널리 통용되고 있는 『사재척언』은 『패림(稗林)』본으로, 탐구당(探求堂) 영인본(影印本) 『패림』 제5집에 『사재척언』이 수록되어 있다. 그 밖에 『한고관의사』나 현재 소실된 『광사』 같은 야사 총서에도 『사채척언』이 수록되어 있으며, 홍만종(洪萬宗)의 『시화총림(詩話叢林)』에는 『사재척언』이 초략(抄略)되어 춘권(春卷)에 수록되어 있다. 『패림』본에는 매 항목마다 관련 인물들에 대한 주석이 대체로 붙어 있는데, 간혹 나오는 ‘원주(原註)’라는 표현을 고려했을 때 원주 이외의 주석은 후대에 편찬자에 의해 덧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저자의 문집 『사재집』 제4권에 『기묘당적』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김정국의 손자 김요립(金堯立)이 조부의 문집을 간행하고자 했는데, 비용 문제로 인해 문집 발간을 착수하지 못했다. 그러다 관찰사(觀察使) 오음(梧陰) 윤두수(尹斗壽)가 『사재집』에 실린 『사재척언』 한 편을 보고, 발간 비용을 보조해 주면서 이 책을 편찬하게 되었다. 저자가 이 책을 언제 지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상권에서, “나는 황해감사로서 죄에 연좌(緣坐)되어 벼슬이 떨어져 시골에 살게 된 지가 10년”이라고 한 것과, 하권에서 초천(椒泉)의 효험(效驗)에 관하여 기술하면서 “목욕을 많이 한 경험 있는 자의 말을 널리 채집하고 목욕하는 법을 만들어서 욕탕 벽에다 걸어 두고 왔다. 그때는 가정(嘉靖) 기해년(1539) 7월이었다.”라고 한 것을 보면, 이 책은 김정국이 기묘사화 이후 은거(隱居)하던 시기부터 삭탈 후 관직을 회복하기까지 틈틈이 기록한 자료임을 알 수 있다.
‘사재척언’은 ‘사재가 주워들은 이야기’라는 뜻이다. 여기서 ‘사재’는 김정국의 호로, 김정국을 이르는 말이다. 이 책에 대하여 안로(安璐)의 『기묘당적보(己卯黨籍補)』에는 “김정국의 호는 사재로, 그가 지은 책으로는 『척언』 · 『기묘당적』 · 『역대전수도(歷代傳授圖)』가 세상에 전한다.”라고 하였고, 심수경(沈守慶)의 『견한잡록(遣閑雜錄)』 자발(自跋)에는 “고금 문인들이 저술한 잡기가 심히 많은데, 내가 본 바를 들어 보면……김정국의 『사재척언』 등의 서적은 모두 견문한 바를 기록한 것으로 한가한 것을 타파하는 자료로 삼은 것이다.”라고 하였으며,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에는 “조선조 200여 년 동안의 저서로서 세상에 전하는 것은 매우 드물며, 소설로서 볼 만한 것도 또한 얼마 없다.……김정국의 『사재척언』…… 등과 같은 것이 있다.”라고 하였다.
이 책에 수록된 일화는 모두 90화이며, 중심이 되는 내용은 대체로 시화 또는 명유(名儒)들의 일화이다. 그중에는 저자 자신과 연관된 이야기, 특히 기묘사화에 대한 기록이 많은데, 이 사화와 관련된 인물 중 남곤(南袞) 등에 대한 비판이 여러 곳에 나타나 있다. 그 밖에도 중국 역사담, 옛날 기록의 착오(錯誤)에 대한 시정, 경서(經書)의 어휘를 이용한 희담(戱譚), 시의 대구(對句) 찾기, 풍속 설명, 저자의 주관, 점복(占卜)이나 운명담, 민담적 자료 등이 잡다하게 섞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