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16, 17 2책. 계미자본(癸未字本). 1973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이 책은 1403년(태종 3)에 경연고주(經筵古註)의 시(詩) · 서(書) · 좌씨전(左氏傳)을 자본(字本)으로 하여 주조한 계미자를 사용하여 1412년에 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권16의 1책은 총 34장 반엽(半葉)이며, 현존 책장 서구(書口) 쪽 하단부는 마손되어 글자가 보이지 않고 또 군데군데 보이지 않는 곳이 있다.
원표지 위에 황색포표지(黃色布表紙)를 더하고 홍사(紅絲)로 오침철장법(五針綴裝法)에 의하여 보강한 선장본(線裝本)이다. 권17의 1책은 총 32장이 현존하고 있으며, 부분적으로 마손되어 있는 상태이다. 황색후표지(黃色厚表紙)를 대고 담황사(淡黃絲)로 오침철장법에 의하여 개장(改裝)한 선장본이다.
권16의 권수엽에는 윗부분에 ‘삼불암(三佛庵)’, 서뇌(書腦) 하단에 ‘김원룡인(金元龍印)’이 있으며, 권17에도 같은 주인(朱印)이 있다. 이 소장인으로 미루어보면, 후지다장서(藤田藏書)로 들어갔던 것이 광복 직후 다시 김원룡의 손을 거쳐 분책되어 권16은 서울대학교 도서관으로, 권17은 국립중앙도서관으로 전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조선 최초의 동활자인 계미자로 인출한 점에서 그 가치가 크며, 또한 고려와 조선의 주자술(鑄字術)과 조판술(組版術)의 발달사연구에 있어서도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