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李泰俊) 원작, 나운규(羅雲奎) 각색·감독의 토키(talkie)영화. 1937년경성촬영소(京城撮影所)에서 제작하였고, 촬영은 이명우(李明雨)가 하였다. 나운규는 이 작품보다 앞서 <황무지 荒無地>를 영화화하려고 하였으나 지병인 폐병의 악화로 부전고원(赴戰高原)에서의 현지촬영이 불가능해지자 <오몽녀>를 만들게 되었다. 주치의의 도움을 받으며 생애의 마지막 정혼(精魂)을 쏟아 만든 이 영화는 나운규의 최후의 명작으로 높이 평가되었다.
갯가에서 살고 있는 김봉사는 오몽녀(盧載信 粉)라고 부르는 수양딸과 같이 살고 있었다. 여러 해가 지나는 동안 오몽녀는 착하고 아름다운 처녀로 성숙하였다. 오몽녀의 효성과 미모는 어느새 인근에 소문이 자자하게 되었다. 비록 앞을 못 보는 김봉사였지만 어느덧 성숙한 그녀에게서 금기의 정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보다도 오몽녀에게는 마을의 뭇사내들과 술집의 건달들이 그녀를 차지하려고 벼르고 있는 것이 큰 위협이었다.
오몽녀는 이 마을의 젊은 뱃사공(金一海 粉)에 대한 아련한 연정을 은밀히 간직하고 있었다. 오몽녀가 아리따운 처녀로 자라나는 동안 두 사람은 천진스러운 만남 속에 사랑을 꽃피우고 있었다.
어느날 갯가에서 술집의 사내들에게 봉변을 당할 뻔하게 된 오몽녀는 다급하게 나룻배에 숨게 된다. 사내들은 오몽녀를 찾고, 마을사람으로부터 급보를 들은 김봉사도 달려왔다. 이때 오몽녀가 몸을 숨겼던 배는 젊은 사공이 노를 젓자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룻배는 두 사람을 태우고 추악한 이리떼처럼 정욕의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현실을 떠나 바다가 있는 곳으로 사라져간다.
어찌 보면 지드(Gide,A.)의 <전원교향악 田園交響樂>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추악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떠나 아름다운 사랑이 이끄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두 젊은 남녀의 에피소드는 1930년대의 가혹한 암흑시대에 삶의 종말을 맞이한 나운규의 심경을 절창(絶唱)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드물게 자신의 영화 속에 출연하지 않은 채 나운규는 스튜디오에서 피를 토하며 이 유작을 완성하였다. 차분한 촬영으로 시적인 감동이 풍기는 나운규의 이른바 문예작품 계열의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