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권 7책. 국문 필사본(筆寫本). 유일본(唯一本)이 이화여자대학교 도서관에 있다.
18회로 나뉘어 있는 회장체 소설(回章體小說)로, 가정소설의 유형을 띤 작품이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중국 명나라 때 소수찬과 소경찬 형제는 벼슬을 버리고 화령산에서 숨어 지낸다. 형 소수찬은 부인 엄씨에게서 용준 · 구준 형제를 두었다. 이들은 성품이 괘씸하고 엉큼하여[不測] 늘 아버지의 꾸지람을 듣는다. 용준의 부인 유씨는 현숙(賢淑)하고, 구준의 부인 왕씨는 행동거지가 말쑥하지 못했다.
소수찬의 아우 소경찬은 첩(妾)인 오씨에게서 딸 채운을 얻으나, 어리석고 둔하여 재빠르지 못한 처자식을 보기 싫어하여 일찍이 가연(佳緣)을 맺었던 위씨를 찾아간다. 그러나 소수찬은 병을 얻어 죽고, 위씨는 유복자(遺腹子)로 학인(鶴仁) · 학선(鶴善) 쌍둥이를 낳는다. 소경찬은 채운을 곽 상서(尙書)의 아들 금천과 정혼(定婚)시킨다. 소수찬의 맏아들 용준은 월중선이라는 요사스러운 기생(妓生)에게 빠져서, 불량배 엄세창의 말을 듣고 채운을 납치하려다가 실패한다. 용준 모자는 위씨와 학인 형제를 시기하여 학대한다.
그러다 소경찬도 병을 얻어 죽는다. 채운은 악당에게 납치되었다가 도망쳐 나오는 길에 추격을 받고 강물에 투신한다. 비봉산의 엄은도사는 딸 송봉을 보내어 채운을 구출하게 하니, 채운은 남장하고 송봉을 따라간다. 송봉과 채운은 의형제를 맺고 무술을 닦는다.
학선 · 학인 형제는 엄씨를 지성(至誠)으로 섬기지만, 엄씨는 위씨를 쫓아내고 학선 · 학인 형제를 죽이려고 한다. 한편, 구준은 용준이 맞아들이려는 첩인 심연춘의 미모에 반하여, 용준과 심연춘의 첫날밤에 심연춘을 빼돌려 자기의 첩으로 삼는다. 심연춘은 원두창을 불러다 간통(姦通)하는데, 용준의 첩 송옥도 원두창에게 반하여 원두창과 정을 통한다.
송옥은 간부(姦夫) 표생과 사통(私通)하다가 가산(家産)을 다 처분하여 도망친다. 학선 · 학인 형제는 산사(山寺)에 피신한 어머니와 만난 후 돌아오다가 하 상서 일행을 만난다. 하 상서에게는 벽강 · 벽파라는 두 딸이 있는데, 벽강 · 벽파는 각각 학인 · 학선과 가연을 맺는다. 이들은 과거에 응시차 상경(上京)하는 길에 진강춘 · 청강월이라는 기녀(妓女)와 또 가연을 맺는다.
과거 시험에서 학인은 장원, 학선은 차상(次上)으로 급제한다. 양 공주는 학인을 보고 반하여, 황제가 학인을 부마(駙馬)로 간택하게 만든다. 승상(丞相) 장유도 학선을 사위로 삼고자 한다. 형제는 이를 거절하다가 하는 수 없이 승낙한다. 한편 호적(胡狄) 갈충이 난을 일으키자, 학선은 정북대원수가 되어 출전한다.
양 공주는 장씨와 짜고 두 하씨를 모함하여, 황제가 벽강 · 벽파를 유배 보내게 만든다. 한편 서방(西方)에서도 큰 도적이 일어나 곽금천이 출전한다. 곽금천이 위험에 처하니, 채운과 송봉이 도술(道術)로 적군을 격파하고 곽금천을 구출한다. 엄씨와 용준 · 구준 형제는 모진 형벌을 받는 악몽을 꾸고는 개과천선(改過遷善)한다.
채운과 송봉은 부마 학인을 도와 갈충을 생포한다. 학인 일행이 적군을 격파하고 돌아오자, 황제는 장수들의 전공(戰功)을 표창한다. 학인이 양 공주와 장씨의 흉계를 폭로하니, 황제는 노하여 두 사람을 귀양보낸다. 곽금천은 채운 · 송봉과 혼례를 치른다. 양 공주는 지난 일을 뉘우쳐 자결(自決)하고, 학인 · 학선에게 비로소 평화가 온다.
이 작품은 전반에는 본처(本妻)가 서자(庶子)를 모해(謀害)하는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고, 후반에는 주로 일부다처(一夫多妻)의 생활에서 빚어지는 쟁총담(爭寵譚)으로 구성된 가정소설이다. 이 작품이 조선 후기에 나왔다면, 좀 더 이른 시기에 나온 「창선감의록(彰善感義錄)」을 모방하여 쓴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성격도 비슷하고, 구성도 같은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의 총체적(總體積)인 구조가 훨씬 복잡하고, 그 가운데 다원적(多元的)인 삽화(揷話)가 유기적(有機的)으로 얽혀 있어 짜임새가 있다.
더욱이 등장인물의 성격과 작품의 분위기는 「창선감의록」과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잔치 · 투계(鬪鷄) · 사냥 · 시회(詩會) 등 다양한 유흥 장면을 통해 등장인물의 감정을 상세히 표출하였으며, 동시에 유교 이념이 와해(瓦解)하고 사치(奢侈) · 향락(享樂)의 풍조(風潮)가 확산하는 조선 후기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이 작품은 보조 인물들마저도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이 주도적(主導的)으로 사건에 개입하여 작품의 개연성(蓋然性)을 높이고 흥미를 유발한다.
「유선쌍학록」에서는 다양한 혼사장애담이 상호보완적(相互補完的)인 관계를 이룬다. 동시에 각각 독자적인 비중과 긴장감을 확보하면서 병렬적(竝列的)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나친 남녀 관계이다. 주인공 학인 · 학선 형제의 이복형인 용준의 애첩(愛妾)을 그의 아우 구준이 탈취하는 등, 한 여인을 두고 형제가 서로 다투는 불륜의 행위를 감행하고 있다.
또, 용준의 새로운 애첩 송옥이 여전히 간부와 정을 통하고 있고, 송옥의 간부 표생은 다시 용준의 서모 위 씨를 탐을 낸다. 게다가 송옥은 용준의 정실(正室)이 된 뒤에도 시동생 구준의 애첩 심연춘과 간통한 원두창을 유혹하여 정을 통하는 등 성적으로 문란한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유선쌍학록」은 고전소설로서 이색적(異色的)인 작품이라 하겠다.
그러나 작자의 의도는 선량한 서자인 학인 형제가 지극한 효성과 우애로써 간악한 적모(嫡母)와 적모의 소생(所生)인 흉악한 이복형을 감화(感化)시키는 데 두었다고 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