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록전」은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이 작품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정몽세와 유록의 이별과 재회를 다루고 있다.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포로로 잡혀간 여성 인물의 모습을 핍진하게 서술하였다. 「유록전」은 「사씨남정기」의 서사 전개 일부를 차용하였으나 배경은 중국이 아닌 조선으로 설정해 작품의 독창성을 확보하였다.
1권 1책. 활자본(活字本). 조선 인조 때의 문관 정몽세(鄭夢世)와 유록(柳綠)의 변화무쌍한 사랑 이야기이다.
인조 때, 서울 숭례문 밖 청파 연화봉(蓮花峯)에 정몽세라는 한 정직한 문사가 있었다. 풍채가 수려하고 문장이 탁월하여 예조 좌랑에 뽑혔으나 벼슬을 사임하고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하루는 춘월을 당하여 탕춘대(蕩春臺)에서 동료들과 전춘연(餞春宴)을 열었는데, 이 때 장안의 명기 월중선(月中仙) · 산월(山月) · 도홍(桃紅) · 유록 등도 자리를 같이하였다. 연석에서 정 좌랑과 유록은 서로 추파를 보내며 흠모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놀음이 파할 때에는 아무런 언약도 없이 헤어진다.
그날 연석에서 두 사람 사이를 엿보고 있던 김선전관이 며칠 뒤에 유록의 집에 들러서 유록이 정 좌랑을 연모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김선전관은 그 길로 정 좌랑을 찾아가 이 사실을 알리고 중매를 서겠노라고 제의한다.
그러자 정 좌랑은 편지를 써서 김선전관에게 전하게 하고, 유록 또한 회답을 전한다. 이튿날 저녁 정 좌랑은 유록을 찾아가 백년가약을 굳게 맺고, 그들의 사랑은 날이 갈수록 깊어갔다. 유록은 양가 여자로서 가문이 몰락하여 청루에 몸을 던졌으나, 정절만은 굳게 지켜온 처지였다.
얼마 뒤 정 좌랑이 해주부사가 되어 부임할 때, 그는 유록과 후일을 기약하고 떠난다. 정 부사가 부임하고 나서 병자호란(丙子胡亂)이 일어났는데, 이 때 유록은 수많은 조선의 여성들과 함께 호병들에게 끌려가게 되었다. 압록강에 이른 유록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강변 석벽에 유서를 남겨 놓고 강물에 투신하여 자살한다.
그런데 다행히 선조조 임진왜란(壬辰倭亂) 때 순사한 계월향(桂月香)의 구출로 살아난다. 그로부터 1년 후, 유록은 정 부사를 찾아 남장하고 길을 떠난다. 도중에 날이 저물어 주막에 들었다가 불량배들의 모해를 눈치채고 도망쳐 나온다. 그러나 다시 그들의 추적을 받은 유록은 큰 강을 만나 다시 투신한다.
이 때 정공은 난리가 평정되자 예조 참의가 되어 귀경하게 된다. 곧 유록의 집으로 찾아가 유록이 호병에 끌려간 사실을 알고 실망하여 벼슬을 사퇴하고 고향 충주로 내려간다.
그러나 유록을 그리워한 나머지 병까지 얻게 된다. 결심하고 몸을 일으켜 유록의 소식도 알 겸해서 관서 지방으로 유람을 떠난다. 정공은 압록강에 이르러 유록의 유서를 발견하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제문을 지어 유록의 원혼을 위로한다.
그는 계월향의 묘우(廟宇) 앞에서 잠깐 조는 사이 계월향의 계시를 받아 청천강으로 가서 강에 투신하려는 유록을 구하게 된다. 며칠 뒤 유록을 데리고 돌아온 정공은 의주부윤이 되고, 이곳에 부임하여 행복한 생활을 하였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진지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였으며, 병자호란 때의 혼란상을 잘 그려내 사건 전개에 유기적인 효과를 주었다는 점에 특색이 있다. 고전소설에 있어서 시대적 · 역사적 배경을 표현한 작품이 극히 희소한 것을 생각해 볼 때,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유록전」은 병자호란 당시 포로로 끌려간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삶보다는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조선으로 돌아온 뒤 그에 대한 보상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유록이 절개를 지켜 조선으로 돌아오자 신분 상승과 물질적 보상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포로로서의 비극적인 경험을 상쇄시킨 것이다.
이 작품의 창작 시기는 명확히 규정할 수는 없으나 작품의 내용을 토대로 계월향의 사당이 건립된 1835년 이후부터 신구서림에서 「유록의 한」을 출간한 1914년 이전에 창작되었을 것이라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