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1975. 서울 출신. 경신고등학교(儆新高等學校)를 졸업하고 육군통신병으로 군에 복무하였다. 어려서부터 불우하고 고독한 환경에서 성장하여 내향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에 심취, 1955년 육군에서 제대한 뒤 안종화(安鐘和) 감독의 「사도세자(思悼世子)」(1956)에 자객(刺客)의 단역을 맡아 출연하였고, 곧 조감독이 되었다.
그는 안종화에 이어 박구(朴九)·김명제(金明濟) 등의 감독 밑에서 5년간의 조감독수업을 마치고, 화성영화사가 제작한 「주마등(走馬燈)」(1961)의 연출을 처음으로 맡아 감독으로 데뷔하였다. 이어서 「다이알 112를 돌려라」(1962)와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을 발표하여 치밀한 서스펜스와 강렬한 휴머니즘을 제시한 동시에 개성적인 감독으로 주목받았다.
15년간의 영화감독생활을 통하여 49편의 작품을 남겼는데, 그의 영화미학은 첨예한 영상미를 기조로 하여 ① 행동추구→심리추구→상황추구의 작품계열과, ② 리얼리즘을 주조로 한 작품계열로 나누어진다.
①의 작품경향은 앞서 말한 「다이알 112를 돌려라」·「마의 계단」(1964)·「협박자」(1964) 등 초기의 범죄추리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74인의 여포로」(1965)·「군번없는 용사」(1966) 등 전쟁 상황의 스펙터클영화, 그리고 「기적(汽笛)」(1967)·「삼각의 공포」(1967) 같은 순수한 행동미학을 전위적 기법으로 실험한 작품들이 포함된다.
그러나 영화작가로서의 개성이 더욱 짙게 투영된 것은 ②의 리얼리즘을 주조로 한 작품들로서, 뛰어난 작품을 많이 남겼다. 「흑맥(黑麥)」(1965)·「시장(市場)」(1965) 등 초기의 철저한 사실적 영화와 「물레방아」(1966)·「만추(晩秋)」(1966) 등 원숙한 영상미의 표현, 그리고 유작인 「삼포 가는 길」(1975) 등에서 묘사한 심오한 존재의식의 투영 등은 이만희의 영화세계를 극명하게 돋보이게 하였다.
그는 현실고발과 인생의 페이소스라는 두 가지 주제를 추구하며 독자적인 세계를 보여준 뛰어난 영화감독으로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