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총 높이 118㎝, 상 높이 116㎝. 청곡사 제석천·대범천상은 원래 대웅전 왼편에 있는 업경전(業鏡殿)에 봉안되었던 것으로, 현재는 대웅전으로 옮겨 놓았다.
제석천은 고대 인도에서 벼락을 신격화한 것으로 일체의 악마를 정복하는 신이었다. 그러나 불교에 귀의하여 도리천(忉利天)의 주인으로서 우주의 창조신인 범천과 함께 불법 수호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석천은 석굴암에서 범천과 함께 나타나는 것이 가장 이른 예라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신중탱화의 대부분이 제석천을 중심으로 한 그림이라는 점에서 제석 신앙의 일면을 엿볼 수도 있다.
청곡사 제석천·대범천상은 나무로 만들어졌고 의자에 앉아 있다. 머리에는 봉황·화염패가 있는 보관(寶冠)을 쓰고 있는데, 두 마리의 봉황이 불꽃을 마주 보고 불꽃 속으로 날아들고 있다. 보관 윗부분에는 보주형의 장식이 달려 있다.
제석천과 범천의 얼굴은 장병형에 가깝고 하얀 호분(湖粉)이 두텁게 칠해져 있는데, 현재 업경전에 있는 지장보살 협시인 도명존자의 얼굴과 비슷하다. 범천상은 오른손을 들어 설법인이 변형된 수인을 짓고 있고, 왼손은 무릎 위에 놓아 중지와 검지를 구부려 엄지와 맞대고 있다. 제석천은 두 손을 들어 손바닥을 위로 하고 역시 구부린 중지와 검지를 엄지와 맞대어 연꽃가지를 들고 있다.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될 때 제석천은 금강저(金剛杵: 악마를 깨뜨리는 무기)를 들거나 합장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상들은 모두 목깃이 접힌 옷을 입었고 허리에는 띠를 둘렀다. 허리띠 자락이 양다리 사이로 흘러내려 서로 직각을 이루고 있다. 옷은 업경전에 있는 다른 시왕상들처럼 문관복을 입었으나, 정강이 부분에는 불꽃이 아래로 향하고 있는 문양이 보인다.
제석천은 범천과 달리 어깨에서 내려온 띠가 늘어져 내려오다가 무릎 부분에서 엇갈리고 발목 부분에서 다시 한번 교차되면서, 허리에서 늘어진 띠와 휘감겨져 있다. 전체적인 조각 기법상 조선 후기에 조성된 제석·범천상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