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화엄사의 말사이며, 대안사(大安寺)라고도 한다. 742년(경덕왕 1)에 3명의 신승(神僧)이 창건하였고, 고려 태조 때 광자대사(廣慈大師) 윤다(允多)가 중창하여 선문구산(禪門九山)의 하나인 동리산파(桐裏山派)의 중심사찰로 삼았다. 동리산파의 개산조인 혜철국사(慧徹國師)가 머물렀던 이 절에 윤다가 132칸의 당우를 짓고 대사찰을 이룩하였던 것이다.
고려 초에는 송광사 · 화엄사 등 전라남도 대부분의 사찰이 이 절의 말사였으나, 고려 중기에 송광사가 수선(修禪)의 본사로 독립됨에 따라 사세가 축소되었다. 조선시대에는 효령대군(孝寧大君)의 원당(願堂)이 되어 조정의 지원을 받았다. 1683년(숙종 9) 정심(定心)이 중창하였다. 1737년(영조 13)에 능파각(凌波閣)을 지었는데 능파각은 그 뒤에도 1776년 · 1809년 · 1861년 · 1923년에 각각 중수한 바 있다. 6 · 25전쟁 때 대웅전을 비롯한 15채의 건물이 불타버렸으며, 근래에 들어와 중창불사가 있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약사전 · 만세루(萬歲樓) · 해회당(海會堂) · 선원(禪院) · 능파각 · 일주문 등이 있다. 이 중 해회당은 네모꼴로 이어진 큰 건물이고, 선원 역시 전국 굴지의 규모이며, 대웅전은 6 · 25전쟁 때 불탄 것을 곡성군의 보조로 1969년에 재건하였다. 능파각과 일주문은 1981년 각각 전라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고, 일주문은 또한 2023년 11월 국가지정 보물로 승격되었다.
중요문화유산으로는 혜철의 부도인 적인선사탑(보물, 1963년 지정), 윤다의 부도인 광자대사탑(보물, 1963년 지정), 광자대사탑비(보물, 1963년 지정), 청동 대바라(보물, 1988년 지정), 동종(보물, 2002년 지정) 등이 있다. 이 중 바라는 승무를 출 때 사용한 것으로, 조선 태종 때 효령대군이 발원하여 만들었으며, 둘레 3m로서 우리나라 최대의 것이다. 동종은 1465년(세조 11)에서 1475년(성종 6)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공예수법이 뛰어나다.
이 절은 1925년 최남선(崔南善)이 찾아와 “신라 이래의 이름 있는 절이요, 또 해동에서 선종(禪宗)의 절로 처음 생긴 곳이다. 아마도 고초(古初)의 신역(神域) 같다.”고 극찬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