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흙이나 밀납처럼 점성이 있는 재료를 덧붙여 나가면서 입체적 형상을 빚는 미술기법이다.
우리나라 기록물에서는 소조를 한자어 토우 ‘소(塑)’라는 한 글자를 사용하여, 흙을 이겨서 형상을 만드는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소조기법에서 사용되는 재료는 찰흙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찰흙이 빨리 마르는 단점을 보완한 유토(油土)가 개발되었고, 작고 섬세한 형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밀납(wax)이 사용되기도 한다. 찰흙으로 제작한 형상은 흙이 마른 후에 불에 구어 단단하게 만드는 테라코라(terra cotta) 기법으로 보존할 수 있으나, 흔히 반(半)영구적인 청동 같은 재료로 주조하기 위한 기본 과정으로 쓰인다.
미술의 한 장르인 조각(sculpture)의 기법은 조각, 소조, 아상블라주의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으나, 전통적인 조각의 방식은 조각(彫刻, carving)과 소조(塑造, modeling)로 크게 나뉜다. 조각은 돌이나 나무와 같은 기존의 덩어리(물체)를 밖에서 안으로 깎아 들어가는 기법으로, 마이너스(-)과정의 작업을 거친다. 그 종류로는 석조, 목조, 아조, 비누조각, 석고모각, 스티로폼, 스폰지, 과일, 얼음 조각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소조는 조각에 반대 과정을 거쳐 형태를 만드는 기법이다. 즉 가루를 반죽하거나 점성이 있는 재료를 안에서 밖으로 붙여 형상을 만들어 나가는 플러스(+) 작업이다. 소상(점토상), 모래조각, 눈사람 만들기, 유토, 밀납(wax), 지점토, 테라코타 등이 여기에 속한다.
소조기법은 찰흙이나 밀납처럼 순응성이 있는 재료로, 문자 그대로 사람의 손길에 예민하기 때문에 변경하거나 수정하기 쉽다. 따라서 조각가가 원하는 형상을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 매우 섬세하고 고운 형상뿐 아니라 거칠고 표현적인 형상도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소조기법으로 불상을 제작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소조기법이 파급된 것은 19세기 말엽에 서양에서 동상 개념이 유입되면서부터다. 일본의 공부미술학교(工部美術學校)에 빈센조 라구자가 유토로 인물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기법을 가르치면서 동양에서 조각의 중요한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소조기법은 인물상을 제작하는데 가장 기초적인 기법으로, 찰흙으로 형상을 만들고 주조를 거쳐서 단단한 청동상을 만들게 되었다. 형상을 반영구적인 청동으로 주조하기 이전에 자유롭게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물상을 만드는 데 널리 활용되었던 것이다. 점차 소조기법은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19세기 후반 로댕(Auguste Rodin, 1840-1917)은 찰흙의 가소성을 활용하여 「청동시대」(1876년) 같은 작품에서 실제 인체의 느낌을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었는가 하면, 「발자크」(1893-97)에서 굴곡이 심한 표현적인 작품을 제작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