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지문덕상(聖將乙支文德像)」은 1953년 11월 육군 보병학교에 세워졌는데 1994년 보병학교가 광주에서 장성으로 이전함에 따라 동상도 이건되었다. 투구를 입고 갑옷을 입은 을지문덕 장군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으며, 왼손으로는 칼집에 든 칼을 세워 잡고 오른손은 펴서 치켜든 모습이다. 팔다리가 짧고 인체비례는 6등신 정도로 보이지만, 소매를 걷어 올려 팔의 근육을 강조하고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어 건장하고 역동적인 무인상(武人像)을 표현했다. 서양적인 인체비례로 인물을 이상화시키기보다는 장군의 강인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려 한 작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육군 보병학교에 을지문덕 장군상을 건립한 것은 상무정신을 이어받아 전후의 국난을 극복하자는 의지의 표명으로, 1952년 진해에 건립된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해군의 호국정신을 표상한다면, 을지문덕 장군은 육군을 표상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동상 제작자인 차근호(家根鎬)는 평양미술학교에 재학하던 중 6∙25전쟁을 맞아 월남한 후 1960년에 작고할 때까지 여러 점의 기념 조형물을 제작했다. 광주제일고등학교의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탑」(1954), 논산 연두대의 「무명용사상」(1958), 서울 육군사관학교의 「화랑상」(1960) 같은 기념 조형물이 대표작이며, 이외에 이중섭(李仲燮), 이무영(李無影) 등의 묘비를 제작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