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누워 있는 여인」은 여성이 한쪽 팔로 머리를 받치고 비스듬히 누워 있는 모습을 표현한 조각으로, 인체의 기본적인 덩어리감을 살리는 방식으로 단순화시킨 반(半)추상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8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출품작으로, 1950년대 후반의 대표적인 추상조각이다.
비스듬히 누운 여인상은 서구에서 비너스를 표현하는 전형적 방식이다. 김정숙의 이 작품은 누워 있는 여성 누드를 소재로 다룬 점, 인체를 유기적인 형상으로 단순화시킨 점, 그리고 덩어리의 중간에 구멍을 뚫어 공간을 표현한(negative volume) 점 등에서 헨리 무어(Henry Moore, 1898~1986)의 「와상」 연작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머리가 작게 표현되고 뚫린 공간이 크게 강조되는 헨리 무어의 조각상과는 달리, 김정숙은 머리와 가슴 부분을 둥글게 처리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덩어리(mass)의 유기적인 연계성과 나무의 질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정숙은 일제강점기에 이화여전을 다녔는데, 결혼과 함께 자퇴했다가 해방 이후 다시 홍익대학 미술학부에 편입하여 조각을 전공했다. 1953년에 홍익대학을 졸업하고 1955년에 한미재단의 주선으로 미국 유학을 다녀왔는데, 조각을 공부하기 위해 서구로 유학을 떠난 한국 최초의 인물이다. 대학에서 인체를 사실적으로 모델링하는 기법을 공부했던 김정숙은 미국에서 추상조각을 접하게 된다. 당시 미국에서는 특히 용접기법을 활용한 철 용접조각이 유행했는데, 귀국 후 1957년에 홍익대학교 조각과에 부임하여 철 용접조각을 비롯한 추상조각을 도입해 한국 현대 조각의 길을 열었다.
그러나 김정숙 자신은 나무, 돌, 청동 같은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해서 유기적인 형상을 이루는 추상조각을 제작하는 데 몰두했다. 거칠고 즉흥성을 강조하는 용접조각보다는 오랫동안 형태를 탐구하고 사물의 본질적인 형상을 찾아내어 단순화시키는 조각 방법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누워 있는 여인」 역시 나무를 다듬어서 인체를 단순화시키는 방식으로 조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