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수(宋榮洙)의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란히 서 있고 그 앞에 자녀(아들)가 서 있는 인물 조각상으로, 1954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수상한 작품이다. 철 용접조각의 선구자로 알려진 송영수가 용접기법을 사용하기 전에 소조기법으로 인물상을 제작하던 시기의 대표작이다.
송영수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면서 김종영으로부터 사실적인 소조 인물상을 제작하는 법을 배웠는데, 「가족」에서는 사실적인 표현에서 벗어나 인물을 기하학적으로 단순화시켜 현대적 표현기법을 모색하고 있다. 부모가 나란히 서서 앞에 있는 자녀를 살포시 감싸 안는 모습으로 표현된 이 작품은 3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덩어리처럼 표현되었을 뿐 아니라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있어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게 한다.
근대기까지만 해도 가족의 형상을 다룬 작품은 흔치 않았지만 6∙25전쟁 직후부터는 여러 작가들이 가족이라는 주제를 다뤘다. 전쟁으로 인한 가족의 상실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전후(戰後) 문학뿐 아니라 미술에서도 종종 나타나는 주제였다. 6∙25전쟁 직후에 가족 이미지를 그린 대표적인 화가로는 이중섭(李仲燮)을 들 수 있다. 박수근(朴壽根)과 장욱진(張旭鎭) 등도 꾸준히 가족 이미지를 그렸는데, 이들 모두 6∙25전쟁 동안에 가족과의 이별을 체험한 작가들이다. 전쟁이 끝난 후 가족에 대한 애착과 향수는 사회 전반적인 차원으로 확대되었는데, 송영수의 「가족」은 이러한 상황에서 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가족을 주제로 한 조각 작품으로는 윤효중의 「가족」(1952)이 있으며, 전뢰진(田礌鎭), 김찬식(金燦植), 민복진(閔福鎭) 등은 여러 점의 가족상을 제작하였다.
송영수의 「가족」은 원래 석고로 제작되었는데, 작가 사후에 청동으로도 주조되었기 때문에 석고상 「가족」 외에도 청동상 「가족」이 1점 더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