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인 진도 다시래기는 전라남도 진도에 전래하여 오던 장례풍속 중에 하나이며 출상 전날 밤샘을 하면서 노는 익살스러운 놀이의 이름이다. 다시래기에는 ‘다시 낳는다, 다시 생산한다’ 와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한다, 함께 즐긴다’라는 의미가 있다. 원형의 다시래기 중 저승사자놀이와 상주위안놀이 부분을 확장하고 개작한 허규 작 · 연출 「다시라기」는 실제 죽음과 연극 속의 출산, 이러한 두 통과 의식이 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이한 놀이극이다.
어느 상가의 빈소가 무대이다. 객석에 들어오는 관객은 상가 집 마당에 들어선 느낌을 받는다. 첫째 마당 공연이 시작되면, 조객이 나타나 상주를 위로하는데 이때 가상주는 「다시라기」 공연을 하기 위해 상주에게 상주 노릇을 자처한다. 한편 봉사는 마누라를 찾기 위해 상가를 찾아오는데, 상가에서 마주친 봉사와 마누라는 서로 반가워한다. 봉사는 해산이 가까워 오는 마누라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떠난다. 한편 저승사자가 등장하자 가상주는 처음에는 겁에 질리지만 기지를 발휘하여 저승사자를 잡는다. 둘째 마당에서는 마누라가 저승사자를 풀어주고 같이 사라진다. 가상주와 봉사는 이들을 찾아 나서고, 저승사자와 마누라는 가상주와 봉사 일행을 물리치기 위해 온갖 요술을 펼친다. 요술로 가상주, 봉사, 마누라는 한데 엉겨 광적인 축제를 벌이는데 결국 마누라의 해산으로 모두 정신을 차리고 저승사자를 물리친다. 마누라가 해산할 때 봉사는 경을 읽어주며 마누라의 해산을 돕는데, 아이는 남편의 피를 받은 것이 아니라 뒷절의 중과 내통하여 잉태된 것으로 밝혀진다. 막은 봉사의 죽음으로 내린다.
이 작품은 방만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재담 · 노래 · 춤 · 몸짓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는 점, 세속의 욕망 · 이승과 저승의 연속성 · 죽음의 축제화 같은 주제들을 해학적으로 풀어냈다는 점, 관객과 함께 창조하는 연극형식을 시도하였다는 점, 그리고 후속 연출가들에게 전통의 활용방안을 제시하여 우리 현대극에서 전통 수용 연극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허규는 「다시라기」로 1979년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연출상을 수상했고, 그는 이 작품의 의미가 ‘가장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파격적인 우스갯짓을 함으로써 슬픔의 장을 웃음의 바다로 바꾸어 놓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