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義湘, 625∼702)의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에 대한 여러 주석들을 모은 『법계도기총수록(法界圖記叢髓錄)』에는 중국 화엄종 제2조인 지엄의 저작으로 알려진 『입법계품초』(『법계품초(法界品抄)』로 표기된 경우도 있음)로부터 인용문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입법계품초』에 대하여 균여가 자신의 견해를 덧붙인 것이 『입법계품초기(入法界品抄記)』로 추정된다.
『균여전(均如傳)』 「해석제장분(解釋諸章分)」에 균여의 저술 중 하나로 소개되어 있다. 1권으로 알려져 있으나 책이 전하지 않아 그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다. 일본의 에이쵸[永超, 1014∼1096)가 편찬한 『동역전등목록(東域傳燈目錄)』에 언급된 광통율사(光統律師) 혜광(慧光, 468∼537)이 저술한 동일 제목의 서적과는 구분해야 한다.
『법계도기총수록』에서 일승(一乘)의 의미를 논하면서 『입법계품초』가 4회 언급된 것으로 보아 『입법계품초기』 역시 일승으로서의 화엄종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중심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화엄사상에서 의상의 스승이었던 지엄의 저작이 중시되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