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전기의 화엄 승려 균여(均如, 923974)가 중국 화엄종의 대성자(大成者)로 불리는 법장(法藏, 643712)이 60권본 『화엄경』에 대해 주석한 『화엄경탐현기(華嚴經探玄記)』를 풀이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현존하지 않는다.
균여에 대한 유일한 전기 자료인 『대화엄수좌원통양중대사균여전(大華嚴首座圓通兩重大師均如傳)』 중 「해석제장분(解釋諸章分)」에 균여의 저술 중 하나로 소개되어 있다. 모두 28권으로 알려져 있으나 책이 전하지 않아 그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다.
법장의 『화엄경탐현기』는 60권본 『화엄경』에 대하여 주석한 20권본 서적으로서 60권본 『화엄경』에 대한 동아시아의 주석서 가운데 그의 스승인 지엄(智儼, 602~668)의 『대방광불화엄경수현분제통지방궤(大方廣佛華嚴經搜玄分齊通智方軌)』와 함께 현재까지도 가장 중요한 주석서로 이용되는 문헌이다.
화엄종 제4조인 징관(澄觀, 738∼839)이 80권본 『화엄경』에 대한 방대한 주석서를 저술하기 전까지 화엄사상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탐현기석(探玄記釋)』에서 균여는 『화엄경탐현기』의 주요 부분을 발췌하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화엄경탐현기』가 화엄종 조사들의 일반적인 저술 경향을 따라 10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 책 역시 이러한 구성 양식을 따랐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화엄경탐현기』가 60권본 『화엄경』의 경문에 근거하여 부처의 설법이 7개의 장소에서 8회의 모임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균여 역시 이 책에서 이러한 7처 8회설을 수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신라 중기에서 후기까지의 화엄사상이 의상(義湘, 625∼702)의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한국 불교 사상의 독창성을 보여 주었다면, 고려 초에는 화엄종단이 정비되면서 중국의 화엄종 조사들의 저술에 대하여 조술(祖述)하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이 책도 그러한 경향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