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제전집도서(禪源諸詮集都序)』는 당나라 승려 규봉 종밀(圭峯宗密, 780∼841)이 당시까지 성행한 선종을 소개하고 교종(敎宗)의 삼교와 선종의 삼종(三宗)을 연결해 교선일치(敎禪一致)를 주장한 책이다. 이 책은 선종의 여러 제가(諸家)에서 선문의 근원을 설명하는 글을 모아 만든 『선원제전집(禪源諸詮集)』 101권의 방대한 내용을 교선일치를 중심으로 요약한 것이다. 종밀의 만년작(晩年作)인 이 책은 833년 이후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선원제전집도서』는 조선 중기 이후 우리나라의 불교 전문 강원의 사집과(四集科) 교과서로 채택되었으며, 오늘날까지 강원 승려의 필수과목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종밀이 『선원제전집도서』를 저술한 후 857년에 배휴(裵休, 791~870)가 서문을 붙여 필사한 본이 전해지면서 이 책이 유통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유통되는 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송(宋)나라 960년경 계현(契玄)이 간행한 것을 모본(母本)으로 삼은 송판본 계통과 원(元)나라 설당 보인(雪堂普仁)이 간행한 것을 모본으로 삼은 명장본(明藏本)이다. 송판본 계통은 2권이며 명장본 계통은 4권으로 권 구성에도 차이가 있지만 내용면에서도 다른 점이 많다.
『선원제전집도서』 상권에서는 5종선(五種禪)을 분류하고 이 책을 지은 목적, 선종의 3문(三門)과 교종의 3문을 대비하였다. 하권에서는 3문을 더욱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하였다.
먼저 5종선을 외도선(外道禪) · 범부선(凡夫禪) · 소승선(小乘禪) · 대승선(大乘禪) · 최상승선(最上乘禪)으로 분류하여 설명하였다. 외도선은 석가모니 이전에 인도의 바라문(婆羅門)들이 행하던 선으로 정법이 아닌 방법으로 천상을 좋아하고 하계를 싫어하는 생각으로 닦는 선법이다. 범부선은 인과를 따르면서도 마음 가운데 좋아하고 싫어하는 생각이 있는 상태에서 닦는 선이다. 소승선은 '나의 생각과 육체와 본체가 공(空)하다'는 아공(我空)을 진리로 삼아 닦는 선이고, 대승선은 '나와 법, 주관과 객관이 모두 공하며 모든 것은 인연으로 모였을 뿐'이라는 2공(二空)에 입각하여 닦는 선이다. 그리고 최상승선은 마음자리가 본래 청정하여 깨달음과 번뇌가 없고, 절대 해탈의 경계인 지혜의 본성을 구족한 마음이 곧 부처임을 알아서 이에 입각하여 닦는 선이라고 정의하였다. 종밀은 이와 같은 최상승선을 닦는 것만이 일행삼매(一行三昧)를 쉽게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천명하였다.
다음으로 책을 쓴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종밀은 먼저 선교의 일치를 주장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이어 불경의 방편과 진실, 여러 종류의 선(禪)에 대한 시비 등 당시 논란이 되었던 여러 가지 문제를 정리하기 위하여 쓴 것이라고 적고 있다.
선종의 3문에 대해서는 선을 식망수심종(息忘修心宗) · 민절무기종(泯絶無寄宗) · 즉현심성종(卽顯心性宗)으로 나누어 해설하였다. 식망수심종은 중생이 본래 불성을 가지고 있으니 객관 경계를 따라 살지 말고 마음을 관조하면 내외가 없어지고 경계와 생각이 끊어져서 깨달음을 성취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마치 거울에 묻은 때를 제거하여 잘 비치도록 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민절무기종은 범부(凡夫)와 성인, 부처와 중생과 마음이 본래 없다고 관조하면 닦을 것도 할 일도 없고 의지할 마음도 없게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즉현심성종은 '공하기도 하고 존재로도 성립되는 일체의 법이 그대로 참된 성품[眞性]'이라 설명하였다. 이 참된 성품인 진성은 범부도 성인도 인과도 선악도 아니지만, 능히 범부도 되고 성인도 되고 언어와 동작 · 선악 등을 짓기도 한다. 이것이 곧 참된 나인 불성(佛性)이며 불성을 떠나서는 부처도 없으니 마음을 내어 수도하여야 함을 강조한 것이 즉현심성종이다.
이어 선종의 이 3문을 교종의 3교인 밀의의성설상교(密意依性說相敎) · 밀의파상현성교(密意破相顯性敎) · 현시진심즉성교(顯示眞心卽性敎)와 대비하고 화합하여 설명하였다.
하권에서는 3문을 더욱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심불(心佛)과 선교를 다 고요히 잊으면 생각마다 부처이고 구절마다 모두 선이며, 선과 교의 2교가 다같이 부처를 이루는 행문(行門)임을 밝혀놓았다.
또한 그것에 대한 각론(各論)으로 돈점이의(頓漸二義) · 일진심체(一眞心體) · 아뢰야식(阿賴耶識), 각(覺)과 불각(不覺), 오십중환멸차제(五十重還滅次第) 등에 대하여 상세하게 서술하였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강원의 교과서로 채택된 것은 조선 중기 이후로 추정되고 있다.
현존하는 판본으로는 총 11종의 목판본이 전한다. 1606년(선조 39)에 간행된 계룡산 율사(栗寺) 개간본(開刊本), 1608년 간행된 조계산 송광사 중간본, 1611년(광해군 3) 지리산 쌍계사판, 1634년(인조 12) 장흥 천관사판(天冠寺板), 간기 미상의 안심사판(安心寺板), 1647년 묘향산 보현사판(普賢寺板)과 청송 보현사판, 천관사판을 복각한 덕유산 장수사판(長水寺板), 1681년(숙종 7) 울산 운흥사판(雲興寺板), 1686년 승주 징광사판(澄光寺板), 1701년 문경 봉암사판(鳳巖寺板)이 그것이다.
그런데 만상회(卍商會)에서 활판본을 펴낸 1938년까지 약 230여년 동안 이 책의 간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 연유가 주목된다.
이 책에 대한 우리나라 고승의 주석서로는 각성(覺性)의 『선원제전집도중결의(禪源諸詮集圖中決疑)』 1권과 정원(淨源)의 『선원제전집도서과문(禪源諸詮集都書科文)』, 추붕(秋鵬)의 『선원제전집도서과평(禪源諸詮集圖書科評)』 1권, 정혜(定慧)의 『선원제전집도서착병(禪源諸詮集都序着柄)』 1권, 유일(有一)의 『선원집도서과목병입사기(禪源集都序科目竝入私記)』 1권, 유형(有炯)의 『선원소류(禪源遡流)』 1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