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강목(華嚴綱目)』은 통일신라의 승려 원효(元曉, 617~686)가 『화엄경』의 방대한 내용 중 핵심만을 간추려 쓴 강요서(綱要書)로 보이지만 현존하지 않아 책의 자세한 내용과 구성 등은 알 수 없다. 다만 일본 도다이지[東大寺]의 승려인 엔쇼(圓超, 861∼925)가 편찬한 『화엄종장소병인명록(華嚴宗章疏并因明錄)』(『대정신수대장경』 55)에 『화엄강목』이 원효의 저술로 기록되어 있어 원효가 썼다는 사실만 알 수 있다. 중국 당나라 화엄 승려 법장(法藏, 643∼712)이 저술한 동일한 제목의 서적과 구분해야 한다.
『화엄경전기(華嚴經傳記)』 권5에 법장의 『화엄현의(華嚴玄義章)』 1권 및 『화엄교분기(華嚴敎分記)』 3권과 함께 「잡술(雜述)」의 항목에 『화엄강목』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 이 3부가 “모두 『화엄경』에 대한 직접적 주석서 외에 사람들의 질문이나 주요한 교의에 따라 말한 것을 기록하여 책으로 엮어 경전의 취지를 나타낸 것이다[竝大章疏之外隨人所問隨義而說錄以成卷竝顯此經意]”라고 서술된 것으로 보아 원효의 저술 역시 유사하게 구성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법장이 『화엄경전기』에서 자신이 쓴 것으로 소개하고 있는 『화엄강목』은 현존하는 『화엄경문의강목(華嚴經文義綱目)』의 이칭으로 보인다. 이 책은 법장이 『화엄경』의 대의를 열 가지 부문으로 정리한 것이다. 원효의 『화엄강목』은 현존하지 않아 그 내용을 자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법장의 이 책을 통해 그 당시 강요서의 대강을 짐작할 수 있다.
원효의 저술이 법장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입증된 만큼, 동일한 제목을 가진 두 개의 저서가 있었다는 사실은 원효와 법장의 밀접한 관계를 짐작하게 해준다. 또한 이 책을 통해 경전을 자세하게 풀이한 주석서와는 별개로 경전의 핵심을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는 강요서(綱要書)가 동아시아 불교권에서 널리 유행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