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관음은 33관음보살 중 하나로 물에 비친 달을 내려다보고 있는 보살이다.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산골짜기에 냇물이 굽이쳐 흐르고, 수목이 울창하며 부드러운 향초가 땅에 깔린 금강보석 위에 관음보살이 앉아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로 보아 수월관음은 보타락산에 있는 관음을 나타낸 것임을 알 수 있다. 『화엄경』을 보면, 선재동자가 찾아다니는 53인의 선지식(善知識) 가운데 28번째로 만나는 존재가 관음으로 나온다. 고려를 중심으로 널리 유행한 「수월관음도」는 보타락산에 거주하는 관음진신 신앙이 시각적으로 표출된 예이다.
수월관음은 물가의 기암괴석 위에 유희좌(遊戱坐)라고 불리는 편한 자세로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는 모습의 관음을 말한다. 배경에는 푸른 대나무와 수목(樹木) · 화초가 있고, 발아래로 냇물이 흐르는 가운데 연꽃이 피어있으며, 한쪽에는 선재동자(善財童子)가 배례(拜禮)를 하고 있다.
수월관음이라는 명칭 자체는 불교 경전에 나오는 관음의 특수한 화신(化身)이나 응신(應身)이 아니며 관음의 자태를 문학적으로 비유한 것이다. 관음의 등 뒤로 달처럼 크고 둥근 광배가 있고, 관음은 발아래 물과 선재동자를 굽어보는 형상이기 때문에 마치 물에 비친 달을 보는듯하다는 의미이다. 인도에는 수월관음의 이름과 도상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수월관음은 중국에서 창안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이른 중국의 수월관음 기록은 847년경에 쓰인 장언원(張彦遠)의 『역대명화기(歷代名畵記)』이다. 유명한 당(唐)의 궁정화가 주방(周昉)이 수월관음의 모습을 창안했다는 이 기록은 이미 이전에 수월관음이라는 명칭이 쓰였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주방이 수월관음의 외형을 창안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현장(玄奘)의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는 보타락산이 말라야산 동쪽에 있으며 경사가 급하고 험준하다고 했다. 말라야는 말레이시아 중부 지역을 가리키므로 보타락산의 관음 신앙은 중국에서 인도로 가는 남해 항로와 관련이 있다. 즉, 『법화경』의 제난구제(諸難救濟) 관음 신앙 가운데 해난(海難) 구제의 기원과 보타락산 관음 신앙이 결합하여 수월관음이 만들어진 것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비롯된 우리나라의 낙산(落山) 관음굴 신앙과 티벳의 포탈라, 중국 절강성 보타산(普陀山) 조음동(潮音洞) 관음 신앙은 관음 신앙이 아시아 전역에 전해지면서 보타락산의 관음진신(眞身) 신앙이 다양하게 현지화한 것이다.
험한 바위에 편한 자세로 걸터앉아 선재동자를 바라보는 수월관음의 명칭은 『역대명화기』, 『당조명화록(唐朝名畵錄)』 등 당의 문헌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의 『대각국사문집(大覺國師文集)』에 처음 등장한다. 그 외에 이색(李穡)의 『목은집(牧隱集)』,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도 단편적인 기록이 실려 있다.
수월관음의 형상은 일본 교토 청량사(淸凉寺)의 「수월관음경상(水月觀音鏡像)」(985년 하한), 대장경에 수록된 유백(惟白)의 「문수지남도찬(文殊指南圖讚)」(1101년 하한), 일본 나라 도다이지(東大寺) 소장 「화엄해회선지식도(華嚴海會善知識圖)」(13세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수월관음의 신앙과 도상을 공유했음을 알려주는 예들이다.
현재 남아있는 전형적인 「수월관음도」에서 관음이 앉아있는 울퉁불퉁하고 험한 바위는 “산골짜기에 냇물이 굽이쳐 흐르고, 수목이 울창하며 부드러운 향초가 땅에 깔린 금강보석 위에 관음보살이 앉아있다”는 『화엄경(華嚴經)』 「입법계품(入法界品)」의 내용과 일치한다. 그러므로 수월관음은 보타락산(Potalaka)에 주처하는 관음 진신(眞身)을 나타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그의 발밑에 있는 선재동자이다. 『화엄경』에서 선재동자가 찾아다니는 53인의 선지식(善知識) 가운데 28번째로 만나는 존재가 관음이다. 수월관음이 앉아있는 험난한 바위와 선재동자는 보타락산에 있는 관음 진신을 상징한다. 따라서 당대 이후 고려를 중심으로 널리 유행한 「수월관음도」는 보타락산에 거주하는 관음진신 신앙이 시각적으로 표출된 예이다.
수월관음은 중국에서 창안됐지만 중국에는 돈황 막고굴(莫高窟)에서 발견된 당말오대(唐末五代)의 「수월관음도」가 일부 전해질 뿐이며 고려의 「수월관음도」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가늘고 유려한 필선과 화려하면서 섬세한 채색이 돋보이는 고려의 「수월관음도」는 약 40여점으로 대부분 14세기의 그림이며 일본에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