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이상 팔십종호는 부처가 인간과 다른 모습을 지닌다는 믿음 아래 부처의 형상을 표현한 32가지 모습과 80가지 외적 특징을 가리키는 불교용어이다. 깨달음을 얻은 부처의 존엄을 상징하기 위해 인도에서 위대한 사람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설명되던 32상 80종호의 규정을 부처의 모습에 적용한 것이다. 32상과 80종호는 겹치는 부분도 있고 실제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것도 있어서 불상을 만들 때 그대로 적용하지는 않았다.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는 머리에 높이 솟은 육계, 이마의 백호, 둥글게 말린 나발 머리카락, 금색으로 빛나는 신체 등이다.
삼십이상 팔십종호(三十二相八十種好)는 부처가 인간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부처의 형상에 대한 후세의 설명으로 ‘깨달은 자(Buddha)’가 지니는 인간과 다른 32가지의 모습, 80가지의 특징을 말한다.
인간은 갖출 수 없는 부처의 존엄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대지도론(大智度論)』, 『중아함경(中阿含經)』, 『방광대장엄경(方廣大莊嚴經)』에 구체적인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삼십이상과 팔십종호는 일부 겹치는 부분도 있고, 실제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것도 있어서 불상을 만들 때 그대로 모두 적용되지는 않았다. 가장 보편적으로 쓰인 것은 머리에 높이 솟은 육계(肉髻), 이마의 백호(白毫), 둥글게 말린 머리카락인 나발(螺髮), 금색으로 빛나는 신체 등이다.
불교가 발생한 이후 약 500년간 인도에서는 불상을 만들지 않았다. 서기전 1세기 무렵부터 인간의 형상으로 불상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인간과는 다른 특징을 가진 부처의 외형을 삼십이상 팔십종호로 규정하게 되었다.
이미 열반에 들어 존재하는 자로서의 의미가 없는 부처를 인간의 몸으로 만드는 것은 이전에 없었던 부처의 형상을 창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생물과도 다른 부처라는 존재의 철학적 의미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오랜 수행의 과정을 거쳐 깨달음을 얻은 여래임을 중생들에게 확신시킬 수 있어야 했다.
거듭되는 윤회의 시간 동안 선업(善業)을 쌓고, 수행을 통해 다시없는 깨달음을 얻은 몸은 삼십이상 팔십종호를 갖춘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삼십이상 팔십종호는 인간이 갖출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진리가 구현(具現)된 상태를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과 같은 모습처럼 보이지만 인간과는 다른 특징인 삼십이상 팔십종호를 온전히 갖춘 모습으로 부처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삼십이상 팔십종호는 부처의 형상에 대한 규정이자 약속이다. 최초의 불상인 석가모니는 응신(應身)으로서, 그 몸은 본체인 불타(佛陀)의 세속적인 표현에 해당하며, 깨달음의 본체인 법신(法身)은 응신과 보신(報身)을 통해서 나타난다.
그러므로 삼십이상 팔십종호를 지닌 석가모니는 인간의 조건으로서 가능한한 최고로 완벽하고, 가장 이상적인 인간으로 제시된 불신(佛身)이다. 점차 다양한 불상을 만들게 되면서 삼십이상 팔십종호는 석가모니만이 아니라 모든 부처가 지니는 특징적인 형상으로 자리 잡았다.
삼십이상 팔십종호는 과거생에 공덕을 쌓아 성도(成道)한 부처가 갖춘 신체의 특수한 모습을 말하는 것이지만 원래 인도에서 전통적으로 좋게 여겨졌던 인체의 특성을 모은 것이다. 따라서 힌두교나 자이나교에서도 인정하는 외형상의 특징이므로 부처만이 아니라 전륜성왕도 삼십이상 팔십종호를 갖춘다고 한다.
삼십이상은 구체적으로 팔다리와 손, 발을 포함한 신체가 바르고 곧다는 내용이 들어간다. 예를 들면 ‘발바닥이 평평하여 지면에 골고루 닿는다(足安平相)’, ‘발꿈치가 풍만하다(足跟滿足相)’거나 ‘발바닥에 바퀴형 문양이 있고(足千輻輪相)’, ‘발등은 높고 두텁다(足趺高相)’는 것들이다. 또 ‘긴 손가락(指織長相))’에 ‘손이 무릎에 이를 만큼 길고(手過膝相)’, ‘손과 발가락에 물갈퀴 같은 막이 있으며(手足指網相)’, ‘손발은 유연(手足柔軟相)’하다고 했다.
신체에 관해서는 ‘정강이와 장딴지가 사슴의 다리처럼 섬세하고 원만하다(腨如鹿王相)’거나 ‘양쪽 겨드랑이에 살이 충만하여 오목한 곳이 없고(兩腋滿相)’, ‘몸과 얼굴이 사자와 같다(身如獅子相)’는 비유도 있다. 사슴이나 사자는 인도에서 전통적으로 신성시되었던 동물로 반듯하고 바른 체형의 모델로 비유된 것이다. 여기에는 ‘털구멍마다 청색의 털이 있다(毛孔生靑色相)’거나 ‘털끝이 오른쪽 위로 솟았다(身毛上靡相)’는 부분, ‘피부가 매끄럽다거나(皮膚細滑相)’, ‘보통사람보다 8개가 더 많은 40개의 이가 있다(四十齒相)’는 항목처럼 실제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다.
하지만 ‘어깨가 둥글고(肩圓好相)’, ‘똑바로 선 신체(大直身相)’, ‘정수리에 육계가 있고(頂髮相)’, ‘미간에 흰 털이 있어 오른쪽으로 돌아 항상 빛을 발하며(眉間白毫相)’, 온몸이 ‘금색으로 빛난다(身金色相)’는 부분은 실제로 불상을 만들 때 표현이 되었다. 어금니가 희다거나, 혀가 길다거나, 목소리가 아름답다는 특징도 있지만 역시 시각적으로는 나타낼 수 없다.
이 점은 팔십종호도 마찬가지이다. 팔십종호는 삼십이상을 좀 더 세분하거나 새로운 것들을 추가해서 만들었다. ‘코가 높고 길다거나(鼻直高好孔不現)’, ‘눈썹이 초생달 같고 짙푸른색(眉如初生月紺琉璃色)’이라는 항목은 좀 더 구체적으로 불신의 특징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몸이 깨끗하다거나(身淨潔) 유연하다는(身柔軟) 점, 신체가 윤택하며(身潤澤) 손가락이 길고 섬세하다는(指長纖圓) 항목은 삼십이상과 다를 바가 없다.
삼십이상 팔십종호는 인도에서 오랫동안 위대한 사람이 갖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설명되었다. 진리로 이 세상을 다스리는 정치적 지배자 전륜성왕(轉輪聖王)과 위대한 스승, 부처가 모두 삼십이상 팔십종호의 외형적 특징을 갖는다.
세속을 떠나 정각을 이룬 석가모니의 형상을 모델로 불상을 만들어야 하지만 원래 그의 모습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삼십이상 팔십종호라는 규정을 적용하게 되었다. 이는 위인에 대한 인도의 전통적인 관념을 불교에서 받아들여 불상의 외형에 관한 규범으로 삼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한국에 불교가 전해지고 불상을 만들기 시작한 후에도 삼십이상 팔십종호가 그대로 표현되지는 않았다. 삼국시대의 불상은 정수리에 육계가 있을 뿐, 소라형의 나발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백호와 손가락 사이의 갈퀴도 없다. 금동불과 같이 금색으로 빛나는 부처의 신체는 쉽게 나타낼 수 있지만 유연한 손발, 단단한 장딴지, 긴 손가락은 기준이 애매하여 판단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중대 신라에 들어서야 비로소 나발과 백호가 강조되며, 하대부터는 보편적으로 표현되었다. 이는 삼십이상 팔십종호에 대한 규범적 인식이 불교 전래와 동시에 전해지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불상에도 삼십이상 팔십종호 가운데 금색신, 육계, 나발, 백호가 주로 묘사되었고, 다른 특징들은 보이지 않는다. 매끄러운 피부와 청색 털, 고운 목소리, 갈퀴 등은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특히 몇 십 년마다 주기적으로 불상을 개금(改金)하고 채색한 것을 보면 금색신과 육계에 대해 투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