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불중도 ()

불교
개념
한역 경전권에서 생 · 멸 · 단 · 상 · 일 · 이 · 출 · 래 앞에 불을 붙여 중관사상을 정의하는 불교용어. 팔불중관 · 팔불정관 · 팔불연기 · 무득중도 · 무득정관 · 불이정관 · 팔도.
이칭
이칭
팔불중관(八不中觀), 팔불정관(八不正觀), 팔불연기(八不緣起), 무득중도(無得中道), 무득정관(無得正觀), 불이정관(不二正觀), 팔도(八遮)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팔불중도는 한역 경전권에서 생, 멸, 단, 상, 일, 이, 출, 래 앞에 불(不)을 붙여 중관사상을 정의하는 불교 용어이다. 팔불중관, 팔불정관, 팔불연기, 무득중도, 무득정관, 불이정관, 팔도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중론』, 『백론』, 『십이문론』을 소의경전으로 삼던 삼론종에 의해서 중관사상이 발전하였다. 중관사상은 『중론』을 대승(1~25품)과 성문, 즉 소승(26, 27품)으로 나누고, 팔불중도, 진속이제, 파사현정을 강조하였다. 길장이 정리한 『중론』 귀경게인 1, 2번 게송에 나오는 팔불중도는 이후 중관사상을 통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
한역 경전권에서 생 · 멸 · 단 · 상 · 일 · 이 · 출 · 래 앞에 불을 붙여 중관사상을 정의하는 불교용어. 팔불중관 · 팔불정관 · 팔불연기 · 무득중도 · 무득정관 · 불이정관 · 팔도.
연원 및 변천

인도에서 대승불교의 사상적 바탕이 되는 공사상은 반야부와 중관부를 통해 발전했다.

부파불교의 정교한 교학불교인 ‘아비달마(阿毘達磨, abhidharma)’에 대한 반대로 발생한 반야부의 공사상을 예리한 논파로 재정립한 용수(龍樹, Nāgārjuna: 150250)의 중관사상이 담긴 『중론(中論, Madhyamaka śāstra)』과 『십이문론(十二門論, Dvādaśamukha śāstra)』, 그리고 그의 제자인 제바(提婆, Āryadeva: 170270)의 『백론(百論, Śataśāstra)』 등은 대역경사 구마라습(鳩摩羅什, Kumārajīva: 343~413)에 의해 한역되었다.

인도에서는 중관사상이 논리학의 전성기를 관통하면서 중기 중관파 논사들의 각기 다른 『중론』 주석을 통해 스와딴뜨리까(Svātantrika, 자립논증)와 쁘라상기까(Prāsaṅgika, 귀류/귀결논증?)라는 양대 학파로 발전하였다. 반면에 거의 동시대 한역 경전권의 ‘필터 역할’을 했던 중국에서는 소의경전(所依經典)들을 종지(宗旨)로 삼던 종파불교의 특징으로 인해 『중론』, 『백론』, 그리고 『십이문론』을 소의경전으로 삼던 삼론종(三論宗)에 의해서 발전했다. 이와 같은 작업은 구마라습, 승숭(僧嵩), 법도(法度), 승랑(僧朗), 승전(僧詮), 법랑(法朗), 길장(吉藏: 549~623)이라는 삼론종의 칠대상승(七代相承)을 통해서 2백 여 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 결과 『중론』을 법무아(法無我, dharma nairātmya, 3-15품)와 인무아(人無我, pudgala nairātmya, 16-21품)의 2종 무아(二無我, dvi nairātmya)로 나누어 설명하는 인도-티벳 전통과는 달리 『중론』을 대승(1~25품)과 성문, 즉 소승(26, 27품)으로 나누고, 팔불중도(八不中道) · 진속이제(眞俗二諦) · 파사현정(破邪顯正)을 강조하는 한역 경전권의 중관사상 전통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 가운데 길장에 의해 최종 정리된 『중론』 귀경게인 1,2번 게송에 나오는 팔불중도는 이후 한역 경전권에서 중관사상을 통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
  1. 『중론』 귀경게의 팔불(八不)

역본에 따라서 산스끄리뜨어 『중론』 원문뿐만 아니라, 한문, 티벳어 역본들마다 약간의 차이가 나는 『중론』 귀경게 팔불의 김성철 역 가운데 하나는 다음과 같다.

‘소멸하지도 않고 발생하지도 않으며(不滅不生)/ 단멸하지도 않고 상주하지도 않으며(不斷不常)/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으며(不一不異)/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으며(不來不去)’

구마라습의 한역 『중론』에서는 ①불생(不生)/불멸(不滅), ②불단(不斷)/불상(不常), ③불일(不一)/불이(不異), 그리고 ④불출(不出)/불래(不來)로 옮겨져 있는 이 팔불은 두 개의 대칭되는 개념이 한 쌍을 이루고 있다.

티벳어 역본에 등장하는 귀경게는 『중론』을 지은 배경과 그 요지가 각 행에 의해서 배열되어 있다.

‘무언가에 의지하여 생겨난 것[緣起](이기에)/ 소멸함이 없고[不滅] 생겨남이 없고[不生]/ 그침이 없고[不斷] 항상함이 없고[不常]/ 오는 게 없고[不來] 가는 게 없고[不去]’

‘다른 의미가 아니고[不異] 같은 의미가 아닌 것[不一]이니/ 희론(戱論, prapañca)이 적멸하여 적정(한 상태에 머물 수 있는) 가르침/ 정등각자의 말씀들의/ 진리, 그것에 경배하옵니다.’

연기사상을 팔불로 정의하고, 그것을 가르쳐준 붓다에게 경배한다는 뜻인 이 귀경게에는 ‘희론의 적멸’이 등장한다. 이 희론을 뜻하는 ‘쁘라빤짜’를 해자해보면, ‘앞으로’를 뜻하는 ‘쁘라(pra)’에, ‘퍼지다, 다섯 손가락을 펴다’는 뜻을 지닌 어근 ‘빤쯔(√paňc)’가 결합되어 ‘생각 등이 여러 갈래로 퍼져 나가다, 망상하다, 생각을 표현하다’는 뜻이 있다. 김정근이 월칭소 『중론』인 『쁘라산나빠다』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것은 곧 ‘언어, 사유 및 논리와 같은 세간 관습에 의하여 절대적 진리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허공을 움켜쥐려고 벌린 다섯 손가락의 부질없는 동작에 비유된다.’는 의미다.

이 귀경게를 통해서 용수는 ‘고통에서의 해방’, 즉 ‘열반적정’을 추구하는 불교가 아비달마라는 교학불교로 흐르던 것을 거부하고 ‘다시 연기사상으로 돌아가자’는 선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팔불은 생(生) · 멸(滅) · 단(斷) · 상(常) · 일(一) · 이(異) · 출(出) · 래(來)라는 각각의 단어 앞에 ‘이 아니다’는 뜻을 지닌 산스끄리뜨어의 부정 접두어인 ‘아(a-)’나 ‘안(an-)’을 ‘불(不)’로 한역한 결과다. 김성철은 선행 연구를 통해서 ‘한문에서는 일반적으로 존재를 부정할 경우는 ‘無’, 인식을 부정할 경우는 ‘非’, 작용을 부정할 경우는 ‘不’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보지만 이와 같은 ‘일반적’인 원칙이 전전기(前傳期, 79세기)에 이미 『번역명의집(飜譯名義集, Mahāvyupatti)』을 만들어 번역 용어를 통일했던 티벳과 달리 중국에서는 시대와 역경사의 취향에 따라 가변적으로 적용되었던 듯하다.

또한 ‘5종불번(五種不飜)’이라는, 즉 ‘다섯 가지는 옮기지 않는다.’는 역경의 대원칙을 세웠던 대역경사 현장(玄奘, 622~664)이 이에 대해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던 점으로 미루어보아 산스끄리뜨어의 ‘~이 아니다’는 뜻의 부정 접두어를 둘러싼 논의가 한역 경전권에서 그다지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론』의 팔불과 같이 어떤 쌍을 이루는 상대적인 개념들을 부정하는 것은 중관사상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불교 예식에 빠지지 않는 반야부의 대표적인 경인 『반야심경(般若心經, Prajñāpāramitā hṛdaya sūtra)』에 불생불멸, 불구부정(不垢不淨), 부증불감(不增不減)이라는 육불(六不)이 등장하고 있는 것처럼, 대립된 개념들에 대한 부정은 대승에서 연기의 다른 이름인 공사상의 핵심을 이루고 있었다.

팔불이 곧 연기사상을 뜻하는 『중론』 귀경게의 요지에 중도가 첨언된 것은 삼론종의 논사들이 대치되는 한 개의 개념을 극단 또는 어리석음으로 보고 이것을 여위는 것을 중도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불생은 모든 현상이 생겨난다는 생에 대한 집착을, 불멸은 사라진다는 멸에 대한 집착을 여위게 하기 때문에 곧 중도를 뜻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역사적으로 이 팔불중도는 팔불중관(八不中觀), 팔불정관(八不正觀), 팔불연기(八不緣起), 무득중도(無得中道), 무득정관(無得正觀), 불이정관(不二正觀), 팔도(八遮)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지만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팔불중도 연기사상이라고 정의하는 편이다.

  1. 삼론종의 팔불중도 연기사상의 발전

한역 경전권의 중관학파인 삼론종에서 팔불중도 또는 팔불중도 연기사상이 발전하게 된 것은 『중론』, 『백론』, 그리고 『십이문론』이 실질적인 소의경전으로 자리 잡는 역사적인 과정과 연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칠대상승의 첫 번째인 구마라습의 역경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위진시대(魏晉時代, 220~420)라는 정치적인 격랑의 끝자락인 401년, 58세라는 늦은 나이로 장안에 들어온 실크로드 북쪽에 위치한 쿠차국[龜竝國] 출신인 구마라습은 413년 사망할 때까지 삼론뿐만 아니라 『대지도론(大智度論, Mahāprajñāpāramita śastra)』,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 Pañcaviṃśati sāhasrikā prajñāpāramitā sūtra)』,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Saddharma puṇḍarīka sūtra)』 등 74부 380여 권을 한역하며 3000여 명의 제자를 길렀다고 한다.

통일되지 못한 음차들이 난무하던 고역(古譯)의 시기에서 현지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의역 등을 통해서 구역(舊譯)의 시대를 열었던 그가 옮긴 다량의 경론 가운데에는 4세기경 하리발마(訶梨跋摩, Harivarman)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성실론(成實論, Satyasiddhi śāstra)』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때는 삼론종의 전통이 확립되기 이전인 남북조 시대(南北朝時代, 420~589)로, 중관사상의 특징인 진속이제(眞俗二諦)의 이제론(二諦論, dvi satya)을 방편으로 정의하는 약교이제설(約敎二諦說)을 주장하여 신삼론(新三論)의 시대를 열었던 고구려 출신인 승랑(6세기?)이 북조에서 활동하다 남조의 양(梁) 나라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당시 남조의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양나라에서는 『성실론』을 소의경전으로 삼던 성실종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고 법운(法雲), 승민(僧旻), 지장(智藏) 등 양나라 3대 법사들은 이 논을 대승론이라고 보았으나 이후 천태종의 개조(開祖)인 지의(智顗: 538~597)나 삼론에 주석을 달고 『삼론현의(三論玄義)』를 지었던 길장은 소승론으로 간주했다. 이와 같은 해석의 문제가 발생한 것은 『성실론』에는 ‘아공법공(我空法空)’ 이라는 대승 인식론뿐만 아니라 유부를 논파하는 경량부의 주장인 소승 인식론 등, 구마라습의 재세시의 전반적인 인도 불교 인식론의 변화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삼론종은 이 당대의 교학불교를 상징하는 성실종의 ‘불철저한’ 대승적 요소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길장의 『삼론현의』에 정리되어 있듯 『중론』 귀경게의 팔불중도 연기사상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이다.

현황

『성실론』을 소의경전으로 삼던 성실종이 이후 진제(眞諦, Paramārtha: 499569)에 의해서 한역된 구(舊)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Abhidharmakośa śāstra)』인 『구사석론(俱舍釋論)』 등을 소의경전으로 삼던 구사종의 등장으로 퇴조하고, 이 구사종이 현장(玄奘: 622664)이 완역한 『아비달마구사론』 이후 생겨난 중국의 유식파인 법상종(法相宗)으로 수렴되는 과정을 겪었다.

이에 반해서 삼론종은 삼론의 주석서뿐만 아니라 『삼론현의』, 『유마경의소(維摩經義疏)』 등 40여 부를 지었던 길장에 의해서 당나라(618~ 907) 초입까지 융성했다. 일반적으로 소의경전에 따라 자신만의 종(宗)을 만들었던 중국불교의 관례와 달리 삼론종의 종의(宗義)를 체계화한 길장으로 인하여 종파들의 부침이 그치지 않았던 중국 불교의 역사에서 세 왕조를 관통하면서도 그 법맥이 이어졌으나 교학불교의 전반적인 후퇴와 선종의 대두, 그리고 제례 의식을 강조하는 밀교의 등장으로 인해 삼론종 또한 역사의 무대로 퇴장하게 되었다.

종파불교라는 한역 경전권의 특징 속에 놓여 있던 한국불교의 역사에서 삼론종이라는 종파는 성립한 적이 없으나 백제혜현(慧顯)이 삼론을 강설했고 고구려혜관(慧灌)일본에 삼론종을 전했고 그리고 원효(元曉, 617~686)『삼론종요(三論宗要)』 등을 지었다는 『속고승전(續高僧傳)』, 『삼국유사(三國遺事)』 등의 기록으로 미루어보아 삼론종의 핵심인 팔불중도는 이미 삼국시대 때부터 널리 알려졌을 것이 확실하다.

의의와 평가

반야부의 공사상을 논파를 통해서 재정립한 용수의 『중론』 귀경게에 등장하는 팔불을 중도라고 정의한 것은 인도의 중관사상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이것은 중기 중관파의 논리학적 접근 이전에 한역된 청목소 『중론』과 이후 인도의 논사들에 의해서 주석된 『중론』이 그 맥을 완전히 달리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관사상사의 올바른 정립을 위해서 월칭소 『중론』을 전통으로 삼는 티벳 중관사상과 이에 절대적인 영향 하에 놓여 있는 세계 불교학계에 청목소 『중론』의 특징 및 한역 경전권에서 통용되고 있는 팔불중도 연기사상에 대한 소개는 시급한 문제이다.

참고문헌

『쁘라산나빠다』(월칭, 김정근 역, 2011)
『삼론현의(三論玄義)』(길장, 박상수 역, 소명출판, 2009)
『중론(中論)』(용수, 김성철 역, 경서원, 1993)
『용수의 사유: 산스끄리뜨어·티벳어·한역 『중론』 분석 및 비교연구』(신상환, 서울:b, 2011)
「『중론(中論)』 귀경게 팔불(八不)의 배열과 번역」(김성철, 『한국불교학』제30집, 한국불교학회, 2001)
『불광대사전(佛光大辞典)』(佛光大藏經編修委員會 編, 星雲 監修, 台灣: 佛光出版社,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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