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현정 ()

불교
개념
삿된 견해를 논파하여 올바름에 해당한다는 중도(中道) 또는 공(空)을 드러낸다는 불교용어. 파사즉현정 · 파현 · 파신.
이칭
이칭
파사즉현정(破邪卽顯正), 파현(破顯), 파신(破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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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파사현정은 삿된 견해를 논파하여 올바름에 해당한다는 중도(中道) 또는 공(空)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파사즉현정, 파현, 파신이라고도 한다. 길장이 지은 『삼론현의』는 파사와 현정이라는 구조로 되어 있다. 중관사상은 중도(中道)를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논박자의 주장을 논파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 파사라 한다. 현정은 파사와 현정을 나누는 것과 파사 자체가 올바름을 드러낸다는 것으로 나누어 본다. ‘파사현정’이란 개념은 ‘그릇됨을 버리고 올바름을 행하는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용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정의
삿된 견해를 논파하여 올바름에 해당한다는 중도(中道) 또는 공(空)을 드러낸다는 불교용어. 파사즉현정 · 파현 · 파신.
연원 및 변천

한역 경전권의 대승 중관사상은 용수(龍樹, Nāgārjuna: 150250)의 대표저작인 『중론(中論, Madhyamaka śāstra)』과 『십이문론(十二門論, Dvādaśamukha śāstra)』, 그리고 그의 제자인 제바(提婆, Āryadeva: 170270)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백론(百論, Śataśāstra)』을 소의경전(所依經典)으로 삼았던 중국 삼론종(三論宗)의 구마라습(鳩摩羅什, Kumārajīva: 343413), 승숭(僧嵩), 법도(法度), 승랑(僧朗), 승전(僧詮), 법랑(法朗), 길장(吉藏: 549623) 등 세칭 칠대상승(七代相承)을 통해서 발달했다.

이것을 총 정리한 것이 길장이 지은 『삼론현의(三論玄義)』로, 이 책은 팔부중도(八不中道)를 강조하는 파사(破邪)와 현정(顯正)이라는 이문(二門)의 구조로 되어 있다. 산스끄리뜨어 중관 관련 저서들에 등장하지 않는 ‘파사현정’이란 개념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것은 이후 삼론종을 포함한 한역 경전권의 불교를 넘어 ‘그릇됨을 버리고 올바름을 행하는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용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내용

중관사상은 상견론(常見論, Śāsvatavādin)과 단견론(斷見論, Ucchedavādin), 즉 상주론과 단멸론이라는 양견(兩見)을 모두 논파하여 중도(中道)를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논박자의 주장을 논파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곧 파사다.

삼론종에서는 무소득공, 또는 무소득 중도를 주장했다. 무소득공이란 어떤 견해, 즉 상견이나 단견을 취하는 것을 유소득(有所得)이라 하고, 논파를 통해서 이런 삿된 견해들이 없는 것을 무소득(無所得)인 공(空)으로 정의한다.

현정의 경우는 두 가지의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파사와 현정을 나누는 것과 파사즉현정(破邪卽顯正), 즉 파사 자체가 올바름을 드러내는 것인 현정이라는 뜻이다. 『삼론현의』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파사와 현정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파사는 외도(外道)의 여러 논리들, 소승의 유부[비담(毘曇)], 당대에 소승의 논서인지 대승의 논서인지 논란이 되었던 『성실론(成實論, Satyasiddhi śāstra)』, 그리고 중관사상이 아닌 여타의 대승론인 대집(大執)을 논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정은 중관사상의 창시자인 용수를 상찬하는 인정(人正), 그리고 용수의 『중론』 등을 올바른 대승의 이치라고 주장하는 법정(法正)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로 미루어볼 때 원래 의미에서 파사현정은 파사즉현정이 아닌 삼론종의 종파적인 우수성을 선양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실제 오늘날처럼 파사현정이 파사즉현정으로 해석된 것은 『백론』, 「제10장 파공품(破空品)」이나 용수의 후기 저작으로 알려진 『회쟁론(廻諍論, Vigrahavyāvartanī)』에 걸쳐 등장하는 ‘나의 주장은 없다. 다만 그대의 주장을 논파할 뿐!’이라는 비판주의의 영향이다.

예를 들어, 『백론』, 「제10장 파공품」 6에 등장하는 ‘공(空)을 설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주장[執]이 없다.’는 제바의 언급이나 『회쟁론』 29번 게송에서 ‘만약 나에 의한 어떤 주장이 존재한다면/ 그렇다면 나에게 그 오류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나에게 (어떤) 주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에게 결코 어떤 오류도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용수의 언급처럼, 상대방의 주장을 논파하는 것 자체가 현정이다.

현황

종파적 이해관계로 인해 생겨난 이 개념이 불교를 넘어 관용어로 ‘파사즉현정’이라는 뜻으로 굳어지게 된 것은 언어적 표현을 극도로 자제한 선종(禪宗)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역 경전권의 ‘필터 역할’을 했던 중국의 교학불교가 중앙 권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반면에 보리달마(菩提達磨, Bodhidharma:?~528?)를 초조(初祖)로 삼는 선종은 지방 호족의 지원을 통해서 점차 중앙 정계로 진출하는 형태를 취했다.

역대 왕조의 중심지에서 체계화된 교학을 바탕으로 당대의 지식인층을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전개했던 다른 종파들과 달리 『금강경(金剛經)』으로 약칭하는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 Vajracchedikā prajñāpāramitā sūtra)』이나 『능가경(楞伽經, Laṅkāvatārasūtra)』을 소의경전(所依經典)으로 삼았던 남북 선종에서는 다른 종파들과 비교하여 그다지 복잡한 교학 체계가 필요하지 않았다.

삼무일종법난(三武一宗法難)으로 대별되는 불교에 대한 탄압 속에서, 특히 26만 여명의 출가자를 강제로 환속시키며 4만 여개에 달하던 절을 없애버렸던 당(唐) 무종(武宗)에 의한 회창법란(會昌法難, 840~846)으로 대부분의 다른 종파들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어 그 법맥마저도 위태로워진 상황 속에서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 하여 스승과 제자 사이의 관계를 강조했던 선종은 상대적으로 그다지 큰 타격을 입지 않고 살아남아 이후 한역 경전권의 대표주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특히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삼았던 6조 혜능(慧能: 638∼713)에서 비롯된 남선종은 오가칠종(五家七宗)으로 발달하며 불립문자(不立文字)와 돈오(頓悟)를 수행 전통으로 삼았다. 이 남선종이 추구하는 ‘돈오’의 가르침과 부합하는 것은 파사와 현정이라는 구분 자체가 없는 ‘파사즉현정’이었다.

한국 불교도 교학불교의 시대를 통과하여 선불교로 수렴되는 유사한 과정을 겪었던 관계로, 그리고 조선시대 숭유배불(崇儒排佛) 정책 속에서도 선불교가 민중 신앙으로 살아남은 불교와 함께 큰 흐름을 형성했던 관계로, 파사현정이 ‘파사즉현정’이라고 해석되었다.

의의와 평가

삼론종에서 강조하는 진속이제(眞俗二諦)나 팔부중도와 달리 대중화된 파사현정은 자기 종파를 옹호하기 위해서 출발한 것이지만 선종의 활약 덕분에 관용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원래 중관사상에서 뜻하는 파사는 자신의 주장을 세우는 것이 아닌 논박자의 망상과 아집을 버리게 하기위한 방편으로 붓다의 가르침인 중도의 추구를 그 목적으로 한다. 역사의 부침 속에서 공사상을 체계화시키며 등장한 중관학파의 비판주의가 한역 경전권의 관용어가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셈이다.

참고문헌

『삼론현의(三論玄義)』(길장, 박광수 역, 2009)
『百論, 十二門論』(용수, 김성철 역, 1999)
『회쟁론(廻諍論)』(용수, K. 0630)
『회쟁론(廻諍論)』(용수, 김성철 역, 1999)
『佛光大辞典』(佛光大藏經編修委員會 編, 星雲 監修, 台灣: 佛光出版社,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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