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편 ()

불교
개념
중생 교화의 다양한 방법을 가리키는 불교용어. 구파야 · 구화.
이칭
이칭
구파야(漚波耶), 구화(漚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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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방편은 중생 교화의 다양한 방법을 가리킨다. 구파야(?波耶), 구화(?和)라고도 한다. 『성유식론』에서는 방편가문(方便假門), 방편지(方便智), 방편정열반(方便淨涅槃) 등 다양한 개념이 등장한다. 『유마경』, 『법화경』에서는 ‘방편’을 독립된 개념으로 설정하면서, ‘법화칠유(法華七喩)’의 다양한 방편 사례를 제시하였다. 의상과 의천 등의 활약으로 방편은 한국 불교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조선 시대 숭유배불 정책으로 교학불교가 후퇴했음에도 지혜와 한 쌍을 이루는 방편은 불교를 논할 때는 빠지지 않는 개념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정의
중생 교화의 다양한 방법을 가리키는 불교용어. 구파야 · 구화.
연원 및 변천

‘방편(方便)’이라고 한역한 산스끄리뜨어 ‘우빠야(upāya)’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 수단을 가리킨다. 방편은 초기 논장인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Abhidharmakośa śāstra)』 등에도 등장하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한 개념이다.

그러나 대승불교가 흥기한 이후, 깨달음을 얻었으나 일체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자기 자신 또한 중생계에 남겠다는 보살의 중생 구제 서원과 맞물리면서 거의 모든 대승 경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다양하게 해석되었다.

내용

대승 경론들에 두루 언급된 방편은 중생 교화라는 동일한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아비달마구사론』과 같은 초기 논서들과 비교하면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1. 해심밀경과 성유식론의 방편론

『해심밀경(解深密經, Saṃdhinirmocana sūtra)』의 「제7 지바라밀다품(地波羅蜜多品)」이나 『성유식론(成唯識論), Vijñaptimātratāsiddhi śātra)』의 「제9권」에서는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지혜(智慧) 등의 육바라밀에 이어 방편, 원(願), 역(力), 지(智)를 더해 십바라밀을 구성하면서 방편을 하나의 독립된 개념으로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추가된 4종의 바라밀은 육바라밀을 돕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방편은 보시 · 지계 · 인욕을, 원은 정진을, 역은 선정을, 지는 반야바라밀을 보조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십바라밀의 구성은 『화엄경(華嚴經, Mahāvaipulya sūtra)』 「제22장 십지품(十地品)」에서처럼 10을 완전한 숫자로 보고 육바라밀을 확충한 것으로, 대승의 초기 경전부터 이어져온 육바라밀에 방편을 하나의 독립된 개념으로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기존에 이어져왔던 방편의 여러 의미를 총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소승 유부의 논장인 한역 『아비달마구사론』에는 ‘어떤 하나의 방법이라는 뜻’과 함께 ‘삼귀의는 일체의 대중[팔중(八衆)]이 율의를 수지하는 데 널리 방편문(方便門)’이라는 언급이 등장한다.

이와 같이 방편을 하나의 수식어로 보는 경우는 『성유식론』에 이르러 ‘진리에 이르기 위한 가설된 원인’을 뜻하는 방편인(方便因)이라는 개념까지 확대되었다. 또한 여기서는 ‘견고하고 용감한 방편을 일으키는 것’, ‘근기에 따라서 말한 방편문[隨轉理門]’이라고 가행(加行)을 정의하고 있어, 이후 방편의 다른 이름을 가행이라 부르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성유식론』에는 또한 십바라밀을 언급하면서 방편선교바라밀을 두 가지로 나누어 회향 방편과 중생제도의 방편으로 나누고 있고, 『선교방편경(善巧方便經)』 또는 『대선권경(大善權經)』에서는 ‘좋고 빼어난’이란 선교방편(善巧方便)을 제 각자 업이 다른 중생들을 모두 구제하기 위해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방편을 수식어로 쓰는 이와 같은 현상은 ‘진실한 도로 이끌어 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시설한 가르침이라는 방편가문(方便假門), ‘방편을 행하는 지혜’라는 방편지(方便智), 그리고 ‘중생의 근기에 맞추어 화현한 응신불(應身佛)이 그 중생 교화를 모두 마치고 멸도(滅度)하는 것’이라는 방편정열반(方便淨涅槃) 등 더욱 다양한 형태가 되어 대승 경론에 등장했다.

  1. 유마경의 방편론

이 논서들과 달리 한역 경장권에서 빠질 수 없는 『유마경(維摩經, Vimalakīrti nirdeaśa sūtra)』에서는 「제2. 방편품」이라고 한 품을 할애하여 방편에 대해서 다루고 있으며 여기에 등장하는 ‘방편이 없는 지혜는 얽힘이요, 방편이 있는 지혜는 풀림이며, 지혜가 없는 방편은 얽힘이요, 지혜가 있는 방편은 풀림이다.’, 그리고 ‘지혜는 어머니, 방편은 아버지’라고 부르며 지혜와 방편이 한 쌍을 이루고 있다.

붓다의 가르침인 불법을 다양한 업을 가진 대중들에게 알려 지혜의 눈을 뜨게 하는 방법으로서의 방편에 대한 이와 같은 해석은 구마라습(鳩摩羅什, Kumārajīva, 343~413)이 한역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Saddharma puṇḍarīka sūtra)』, 즉 『법화경(法華經)』 등을 소의경전으로 삼은 중국 천태종(天台宗)에서 극대화되었다.

수나라의 고승으로 오시팔교(五時八敎) 또는 오시교판(五時敎判)으로 유명한 지의(智顗, 538~597)에 의해 창종된 천태종은 중국 불교사에서 선교(禪敎) 양종(兩宗) 중 교종의 한 축을 형성하였다. 천태종이 이 경을 소의경전으로 삼았던 만큼 여기에 등장한 방편에 대한 주장은 이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법화경』의 「제2 방편품(方便品)」에는 ‘삼승방편 일승진실(三乘方便 一乘眞實)’이라는 즉, ‘성문, 독각, 그리고 보살승 또는 대승까지 포함하는 삼승의 모든 불교가 곧 하나의 진리이다.’라는 유명한 언급이 나온다.

또한 여기서는 ‘여래들께서는 여러 가지 절묘한 방편과 지견을 통해, 즉 원인과 이유, 비유와 인연, 언어와 해석과 교리로써 법을 설하시기 때문이며, 또 때에 맞는 절묘한 방편으로 여러 갈래로 집착하고 있는 중생들을 해탈시키시기 때문이다.’라고 지혜를 방편으로 펼친 구체적인 이유를 언급하고 있다.

이것은 이후에 ‘회삼귀일사상(會三歸一思想)’으로 널리 알려졌다. 『법화경』의 「제4 신해품(信解品)」에는 또한 불난 집에서 철없는 어린아이를 구출하기 위한 화택의 비유[火宅喩], 어릴 때 집을 나가 가난하게 방랑하는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부호의 비유[窮子喩] 등, ‘법화칠유(法華七喩)’의 다양한 방편들의 실례가 등장하고 있다.

현황

한역 경전권에서 『유마경』, 『화엄경』, 『법화경』 등과 같은 주요 경전들과 『해심밀경』, 『성유식론』등과 같은 주요 논서들에 방편이 두루 언급된 이후 지혜와 방편, 불법을 전해주기 위한 다양한 방법, 방편바라밀의 줄임말 또는 가행의 다른 말 등, 방편의 여러 의미들이 혼용, 사용되었다.

삼국시대에 원효(元曉: 617~686)『유마경종요(維摩經宗要)』나 이에 대한 ‘소(疏)’를 지었다는 점에서 『유마경』에 등장하는 방편과 신라의 현광(玄光), 법융(法融), 고구려의 파야(波若) 등이 천태교학을 배웠다는 『송고승전(宋高僧傳)』 등의 기록으로 미루어보아 ‘회삼귀일사상’의 방편 또한 그 때부터 널리 알려졌을 것이다.

또한 신라시대에 본격 화엄교학을 소개한 의상(義湘: 625~702)과 고려시대 천태교학으로 하나의 종파를 형성시켰던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 1055∼1101) 등의 활약으로 방편은 이후 한국 불교를 논하면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 영향으로 조선시대 숭유배불(崇儒排佛) 정책으로 인해 교학불교가 후퇴했음에도 지혜와 한 쌍을 이루는 방편, 불법을 전해주기 위한 다양한 방법, 선교방편, 십바라밀다의 하나 정도의 의미로 불교를 논할 때는 빠지지 않는 개념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의의와 평가

민족 신앙인 단군의 자손이라는 천손사상과 이후 불교와 유교라는 외래 종교를 통해서 문화적 층을 형성했던 한국 문화에 남아 있는 방편이라는 개념은 오늘날에도 유의미하다.

이것은 비록 어떤 것이 올바른 것일지라도 그것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의 ‘근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로, 가르치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의 처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그리고 ‘좋고 빼어난’, 즉 ‘선교(善巧)’를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참고문헌

『한글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동국대학교부설 동국역경원, 2001)
『해심밀경(解深密經)』(고려대장경, K. 0154)
『묘법법화경(妙法蓮華經)』(현해 역, 민족사, 2002)
『화엄경(華嚴經)』(김지견 역, 민족사, 2000)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권오민 역주, 동국대학교부설 동국역경원, 2002)
『佛光大辞典』(佛光大藏經編修委員會 編, 星雲 監修, 台灣: 佛光出版社,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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