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어 문법』은 1949년 12월 30일에 북한 과학원 산하 조선어문연구회에서 국판 본문 400쪽으로 간행한 규범 문법 성격의 책이다. 이 책은 1948년에 나온 『조선어 신철자법』을 준수하여 북한의 규범 문법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목적으로 저술되었다. 조선어문연구회에서는 1948년 10월에 전문연구위원회 안에 열두 명으로 구성된 문법편수분과위원회를 조직하였다. 전몽수를 위원장으로 하여 이극로, 홍기문, 김병제, 박상준, 김수경, 허익, 명월봉, 김용성, 신구현, 박종식, 박준영이 그 위원들이었다.
문법편수분과위원회에서는 1년 동안 작업을 하여 1949년 9월 초에 원고를 완성하였는데, 이때 김일성대학 조선어강좌를 담당하고 있던 김수경이 실질적인 집필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10월 3일 전문연구위원회에서 그 타당성을 인정하여 공간(公刊)이 결정되었다. 이 내용은 김일성 수상에게 보고되었고, 조선 인민의 진정한 민족통일의 기초가 되는 언어, 문자를 한층 더 공고하게 통일·발전시키려는 의도에서 이 책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어 문법』의 내용은 크게 어음론, 형태론, 문장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문장론을 가장 우위에 두고 그 다음으로 형태론, 어음론 순서로 그 중요도를 보이고 있다. 종래 남한의 최현배 등 보수적인 문법에서 형태론을 가장 우위에 두고 어음론, 문장론 순서로 강조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이는 북한의 『조선어 문법』이 소련 서술 문법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1편 어음론에는 음성학과 음운론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특징적인 것은 어음과 문자의 관계를 제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1948년 『조선어 신철자법』에서 제시된 자모표와 함께 문자의 순서와 명칭을 붙이면서 그 성질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곧 『조선어 문법』이 『조선어 신철자법』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하여 쓰여졌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제2편 형태론은 ‘어의 구성과 표기’ 부분과 ‘품사’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품사는 ‘명사, 수사, 대명사, 형용사, 동사, 부사, 조사, 감동사’의 여덟 개가 설정되어 있다. 관형사가 없는 것이 독특한데, 이는 김두봉의 문법 체계를 따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조사는 대개 보조사로 알려진 것을 뜻하는데, 즉 일반적인 격조사는 품사 아닌 토에 포함시키고 있어서 독특한 점을 보인다.
제3편 문장론은 가장 중시된 부분인데, ‘문의 일반적 지식, 문의 주성분과 그 표현, 문의 부성분과 그 표현, 문에서의 어순, 불완전문, 명명문, 동종의 문장성분, 호칭어, 삽입어, 간투문, 내포문, 복합문, 직접담화와 간접담화, 문의 띄어쓰기와 구두법’ 등 14개 항목으로 나누어서 구체적인 설명을 베풀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띄어쓰기와 구두법을 제시하고 있어서 이 책이 규범 문법서임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구두법에서는 ‘종지부, 의문부, 감탄부, 점선, 휴식부, 정류부, 중지부, 횡선, 괄호, 인용부’ 등 10개의 구두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남한의 문장 부호에 비해서 훨씬 적은 숫자이며 또한 한자어를 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조선어 문법』은 주시경, 김두봉, 정열모, 홍기문 등 선구학자들의 업적을 계승함과 동시에 소련의 유물사관에 입각한 마르크스의 언어이론이 도달한 성과를 광범위하게 섭취하여, 언어의 이론적인 면과 실천적인 면을 통일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즉 이론적이면서 실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