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어 신철자법』은 북한 최초의 철자법으로, 총론 5항과 각론 64항, 본문 54쪽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한은 광복 이후 그동안 조선어학회의 『한글맞춤법통일안(개정안)』(1946)을 해설한 길용진의 『한글맞춤법통일안 해설』을 사용하다가 1948년 1월 15일에 조선어문연구회에서 만든 『조선어 신철자법』을 공포하였다. 처음에는 유인본으로 만들어졌다가 1950년 4월에 책자로 간행되었다. 『조선어 신철자법』의 총론은 지금 현재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그 총론을 그대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조선어 철자법은 현대 조선 인민의 언어 의식 가운데에 공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일정한 형태로 표기함으로써 원칙을 삼는다.
조선어 철자법은 그 표기에 있어 일반 어음학적(語音學的) 원리에 의거하되, 조선 고유의 발음상의 제규칙을 존중한다.
문장의 단어는 원칙적으로 각각 띄여 쓴다.
표준어는 조선 인민 사이에 사용되는 공통성이 가장 많은 현대어 가운데서 이를 정한다.
모든 문서는 왼쪽으로부터 오른쪽으로 횡서(橫書)함으로써 원칙을 삼는다.
총론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1에서 확인되듯이 ‘조선어 신철자법’이 형태주의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2에서 보듯이 조선 고유의 발음상 여러 원칙을 표기에서 존중한다고 밝히고 있다. 곧 형태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음소주의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3∼5에서는 단어별 띄어쓰기 원칙과 표준어 설정의 보편성, 그리고 글쓰기에서 가로쓰기 원칙을 밝히고 있다. 특히 4에서 보듯이 종전 남한의 표준어가 서울말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을 의식하여, 그냥 조선 인민 사이에 공통성이 많은 현대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선어 신철자법』은 총론에 이어 각론으로 ‘제1장 자모(字母), 제2장 어음(語音)에 관한 것, 제3장 문법에 관한 것, 제4장 어휘에 관한 것, 제5장 문장에 관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5장 문장에 관한 것’은 ‘제1장 띄어쓰기, 제2장 부호’로 이루어져 있어서, 결국 조선어학회의 1933년 ‘한글마춤법통일안’을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조선어 신철자법’이 한자어 첫소리에서 ‘ㄹ, ㄴ’을 밝혀 적는다든지, 사잇소리를 표시하기 위해서 절음부(絶音符) ‘ ’ ’를 사용한다든지, 신문자 여섯 개를 새로 만들어서 사용하였다든지 하는 점들은 조선어학회의 맞춤법을 계승하고 있는 남한의 한글맞춤법과 차이 나는 점들이다. 본래 두음법칙 적용이 안 되는 평양말의 특성이 북한의 맞춤법에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것은 2016년 현재도 북한의 맞춤법에 적용되고 있다. 절음부 ‘ ’ ’는 합성어 사이에서 ‘위’말‘과 ’겹’이불‘에서처럼 절음부 ’ ‘ ’를 사용한 것으로, 1966년 『조선말 규범집』에서부터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한편 신문자 여섯 개는 반모음을 표기하기 위한 ‘1’와 불규칙 용언을 규칙 용언으로 표기하기 위한 ‘ㄹ, ㆆ, ㅿ, ⴤ, Ⴒ’ 자를 새로 만든 것이다. 이것은 당시 어문 정책에 가장 영향력을 끼치고 있던 김두봉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새로운 철자들은 당시 조선어문연구회의 기관지인 『조선어 연구』(1949)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되었고 실제로 『조선어 연구』에서는 시리즈로 ‘조선어철자법의 이해’라 하여 (1)∼(3)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조선어문연구회에서 낸 규범 문법서인 『조선어 문법』(1949)에서는 전면적으로 이 철자법이 실시되었다. 당시 ‘조선어 신철자법’을 보급하는 움직임이 있긴 했지만, 1950년대 들어 이 신철자법은 문헌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