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어 철자법』은 1954년에 정한 북한의 맞춤법을 담은 책으로, 본문 60쪽과 부록인 용례 146쪽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선어 신철자법』(1948)이 조선어문연구회에서 낸 것임에 비해서, 『조선어 철자법』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과학원 조선어 및 조선문학연구소에서 편찬한 것이다. 이 책은 과학원 조선어 및 조선문학 연구소 안에 설치된 ‘조선어 철자법 규정작성위원회’에서 1954년 4월에 만든 초안을 과학원 내외에서 공개적이고 집단적인 토의의 결과물로 펴낸 것이다.
『조선어 철자법』은 머리말을 통하여 조선어 역사에서 확고한 뿌리를 박고 있고 과학적으로도 그 정당성이 충분히 검열된 형태주의 원칙을 철자법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조선어의 어음 조직, 문법 구조 및 어휘 구성에 나타난 변화를 고려하여, 종래 조선어 철자법의 규준으로 인정되던 ‘한글맞춤법 통일안’에 적지 않은 수정을 가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1948년에 나왔던 『조선어 신철자법』에 대해서는 머리말에서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의아하다. 아마도 1950년대 들어서서 야기된 정치적인 변동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특히 ‘조선어 철자법’이 인민 문자 생활에서 일정한 규범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그러나 인민의 문자 생활의 앞으로의 더 한층의 발전을 위하여는, 장래에 조선 문자 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에 따라 조선어 철자법도 더욱 완성되여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1948년에 나온 『조선어 신철자법』의 여섯 개 신문자 도입 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파악된다. 즉 『조선어 철자법』에서는 이 신문자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문자 개혁적 조치는 추후 더욱 연구되어서 시행해야 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조선어 철자법』은 총칙과 본문 8장, 56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칙은 이전 『조선어 신철자법』(1948)의 총칙과 차이가 없다. 단지 각론에서 ‘제1장 자모의 순서와 그 이름, 제2장 어간과 토의 표기, 제3장 합성어의 표기, 제4장 접두사와 어근의 표기, 제5장 어근과 접미사의 표기, 제6장 표준 발음법 및 표준어와 관련된 철자법, 제7장 띄여쓰기, 제8장 문장 부호’로 되어 있어서 조선어학회의 ‘한글맞춤법 통일안’(1946)과는 차이를 많이 보인다. 이런 체제는 조선어문연구회의 『조선어 문법』(1949)이나 김수경의 『조선어 문법』(1954)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조선어 철자법』에서는 모든 표현을 한자가 아닌 한글로 적은 것이 또한 특징적이다. 바야흐로 한글 전용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앞서 언급한 『조선어 신철자법』의 여섯 개 신문자 표기가 사라졌으며, 철자법 규범이 이전보다 공식적 성격을 띠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 사잇소리를 나타내던 ‘ ’ ’은 계속 사용되고 있는데, 단지 명칭이 절음부에서 ‘사이 표’로 바뀌어 있을 뿐이다. 한자어 첫 소리에 ‘ㄴ, ㄹ’을 사용하는 것도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