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분지는 신생대 제3기 말의 화산활동으로 인하여 점성(粘性)이 강한 조면암(粗面岩)·안산암(安山岩), 그리고 응회암(凝灰岩)이 분출되면서 칼데라 화구(火口)가 함몰하여 형성된 화구원(火口原)이다. 울릉도에서는 유일하게 넓은 평야지대를 이루고 있다. 나리분지의 규모는 동서의 폭이 1.5㎞, 남북의 길이가 2㎞, 면적이 1.5∼2.0㎢이다.
나리분지 주변에는 해발고도 500m 전후의 외륜산(外輪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그 가운데 제일 높은 곳이 남쪽에 위치한 성인봉(聖人峰, 984m)이다. 분지에는 원추형의 중앙화구구(中央火口丘)인 알봉[卵峰, 611m]이 있다.
알봉의 남쪽 산록에는 지름 100∼200m, 깊이 10m 전후의 작은 분화구가 산재하고, 이곳을 통하여 흘러나온 용암(조면암)이 100m 정도의 두께로 쌓여, 화구원을 북동쪽의 ‘나리마을’과 남서쪽의 ‘알봉마을’로 분리시키고 있다. 나리분지 화구원 바닥에는 흰색 또는 담회색의 부석(浮石)을 비롯하여 화산재(火山災)·화산사(火山砂)·화산력(火山礫) 등이 깔려 있다.
나리분지로 흘러드는 물은 화구벽을 지나 외부로 나갈 출구[火口賴, baranco]가 없기 때문에 집중호우에는 일시적으로 호수를 형성하지만 즉시 빠져 버린다. 지하로 스며든 물은 북쪽 사면 250m 지점에서 용출(湧出)되어 추산발전소(錐山發電所)의 원천이 된다.
화산분출물로 이루어진 나리분지의 토양은 보수력(保水力)이 약하기 때문에 밭농사를 하며 논농사는 불가능하다. 분지 내에서는 더덕을 비롯하여 산채나물인 취·고비·산나물 등과 약간의 옥수수·감자가 재배되고 있다. 특히 나리분지 내부에서는 기온역전(氣溫逆轉)이 자주 발생하여 농작물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과거 나리분지의 가옥은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리는 기후적 특성에 대비하기 위하여 우데기·축담 등의 독특한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우데기는 눈이 많이 쌓일 때를 대비하여 처마를 따라 여러 개의 기둥을 세우고 새로 엮은 이엉을 둘러친 것이다.
축담은 우데기와 방 사이의 공간을 가리킨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주택 개량으로 인하여 우데기나 축담의 흔적을 거의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