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복(樂人服)은 조선시대에 궁중 행사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과 노래하는 사람의 복식을 뜻한다. 악인의 구분이 시대에 따라 변모하였고 의식의 종류에 따라 복식은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 조선 후기 진찬 · 진연의궤류에서 다양한 악인 복식이 확인되며, 전악(典樂) · 악사(樂師) · 악생(樂生) · 악공(樂工)과 노래하는 사람인 가자(歌者)의 복식이 대표적이다. 악인들은 양인 · 천민 출신이지만 의식(儀式)에 직접 참여하여 음악을 연주하는 특수한 직분의 사람들이므로, 연주 시에는 특별히 공복(公服)과 관복(冠服)의 착용이 허용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의식(儀式)의 종류가 많고, 악인(樂人)의 구분이 시대에 따라 변모함에 따라 악인복도 종류가 다양하고 변화되었다.
세종 때, 아악을 연주하는 악공과 아악 등가(登歌)의 악사(樂士)는 복두(幞頭), 강공복(絳公服), 백주고(白紬袴), 백주중단(白紬中單)을 입고, 허리에는 금동 혁대, 비백대대(翡白大帶)를 띠고, 흰 버선[白布襪]에 가죽신[烏皮履]을 신었다. 도창(導唱) 악사는 방심곡령(方心曲領)을 덧입었다. 등가 ‧ 헌가(軒架)의 악생은 개책(介幘)을 쓰고 비란삼(翡鸞衫), 금동혁대를 띠고, 흰 버선에 오피리를 신었다. 속악 등가의 악사는 복두를 쓰고 녹초삼(綠綃衫)을 입고, 목이 긴 흑피화(黑皮靴)를 신었다. 등가 ‧ 헌가의 악공은 개책을 쓰고 비란삼을 입고 백초대(白綃帶)를 띠었다.
성종 때, 등가의 악사는 복두를 쓰고 녹초삼을 입고 오혁대(烏革帶)를 띠고 오피화(烏皮靴)를 신었으며, 도창 악사는 세종 때와 같았다. 등가 ‧ 헌가의 악생은 개책을 쓰고, 비란삼을 백주고와 흑록(黑綠) 백주 중단 위에 입었으며, 허리에는 백주말대(白紬抹帶)를 띠고 백포말에 오피리를 신었다. 등가 악공은 개책을 쓰고 비란삼을 백주 중단 위에 입고 백주말대를 띠었다.
여러 『진연의궤(進宴儀軌)』 중에서 숙종대의 『기해진연의궤(己亥進宴儀軌)』(1719)와 영조대의 『갑자진연의궤(甲子進宴儀軌)』(1744), 을유(乙酉)년 『수작의궤(受爵儀軌)』(1765)의 기록에 있는 악인의 복식은 가동복(歌童服), 전상공인복(殿上工人服), 집박공인복(執拍工人服), 권착공인복(權着工人服), 관현맹인복(管絃盲人服)과 아악공인복(雅樂工人服) 등이 있다.
을묘년 『원행을묘정리의궤』(1795) 이후의 조선 후기 역대 진찬(進饌) · 진연(進宴) 의궤(儀軌)에서 ‘정재도’와 ‘복식도’, 소요 물품을 상세히 기록한 ‘품목’조와 ‘악기풍물’조에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 악인 복식이 상세하게 확인된다.
악사는 악인의 대표로서 실제 음악 연주를 이끄는 위치에 있는 인물로서, 악공(樂工)을 거쳐 장악원의 잡직(雜職) 최고직인 정6품에 해당하는 전악(典樂) 1명과 종6품직 부전악(副典樂) 2명에 임명된다. 을묘년(1795) 『원행을묘정리의궤』의 정재 복식에 악사의 기록만 있다. 악사는 복두, 단령 형태의 녹초삼, 오정대(烏鞓帶)를 입었다. 전악의 복식은 기사년(1809)부터 기록이 나타나며, 모라복두(冒羅幞頭), 단령 형태의 녹초삼이나 청삼(靑衫), 오정대나 은야대(銀也帶), 흑피화나 오화(烏靴)로 기본적인 구성을 따르고 있다. 다만 무자년(1828) 순조비 탄신일과 기축년(1829) 순조 탄신일에 맞추어 거행된 6월 행사에서는 예외적으로 당건(唐巾)과 중단의(中單衣)가 포함된 자라포(紫羅袍)를 착용하였다.
악공(樂工)은 공천(公賤) 출신으로 속악인 향악(鄕樂)과 당악(唐樂)을 연주하는 악인이다. 이에 반해, 악생(樂生)은 장악원에 소속되어 종묘, 사직 등 제향 아악을 연주하는, 양인(良人) 출신의 악학도이다. 악공과 악생은 동일한 복장을 한다. 그들의 모자는 앞부분에 홍색 화문(花紋)이 그려져 있고 양각이 수평으로 부착된 화화(畵花) 복두를 썼으며, 단령 형태의 홍주의(紅紬衣)를 입고 오정대(烏鞓帶)를 허리에 둘렀다. 이 원칙은 모든 의궤에 적용되었다. 전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무자년(1828)과 기축년(1829)에는 족화 복두와 녹라포, 중단, 금동 야대, 흑화 차림이 혼용되어 기록되어 있으나 전래되는 의궤류에서 녹라포를 착용한 악공은 찾아볼 수 없다.
가자(歌者)는 정재(呈才) 때에 악장(樂章)을 부르던 가동(歌童)을 뜻한다. 나이 어린 악인(樂人)으로 장악원(掌樂院)의 우방(右坊)에 소속되어 악공이나 악생이 참여할 수 없는 궁중 내연에서 연주하기도 하였다. 기축년(1829)과 임진년(1892)에 자적(紫的) 두건, 녹색 단령, 자적 광대廣帶), 흑화(黑靴)로 변화 없이 동일하게 착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