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고승인 휴정(休靜)이 중국 송대의 황룡 혜남(黃龍慧南, 1002∼1069)이 엮은 『사가어록』에서 중요한 대목을 발췌한 책이다. 사가(四家)란 중국 선불교 제8대 조사 마조 도일(馬祖道一, 709788), 제9대 조사 백장회해(百丈 懷海, 749814), 제10대 조사 황벽희운(黃蘗希運, 814 ~ 850), 제11대 조사 임제 의현(臨濟義玄, 850 ~ 867)을 말한다.
경오(敬悟)의 발문에 의하면, 휴정이 생존 중에 편찬한 친필본을 제자인 편양 언기(鞭羊彦機)가 보관하고 있다가 벽암 각성(碧巖覺性, 1575∼1660)에게 전해진 뒤, 1650년(효종 1)에 전라도 영암의 도갑사(道岬寺)에서 새겨 간행한 것이다. 따라서 원래의 성립은 1604년(선조 37) 이전이다.
1책. 목판본. 『한국불교전서』 제11책에 수록되어 있다.
『강서마조사가록초(江西馬祖四家錄草)』는 『사가어록』 16권 중에서 긴요한 대목을 뽑은 책으로, 『사가어록』이란 당나라 마조 도일·백장 회해·황벽 희운·임제 의현 등 4인의 어록을 말한다. 그런데 이 4인은 육조 혜능(六祖慧能) 이후에 임제종(臨濟宗)을 성립시킨 장본인들로서, 법계상으로는 육조 혜능 → 남악 회양 → 마조 도일 → 백장 회해 → 황벽 희운 → 임제 의현이 된다. 따라서 『사가어록』은 임제종의 어록이며, 휴정이 이을 발췌, 간행한 것은 그만큼 임제종의 사상이 중요시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내용을 보면, 휴정은 우선 사가(四家)의 전기를 간략히 서술한 뒤 상당(上堂)의 설법을 발췌해서 실었다. 구성은 본문, 『사가어록』에 붙인 송나라 양걸(楊傑)의 서문, 송나라 곽암(廓庵)의 『십우도(十牛圖)』 중 제9 반본환원(返本還源)에 실려 있는 석고 희이(石鼓希夷) 화상의 화답송(和答頌), 경오(敬悟)의 발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본문만 휴정의 친필이고 나머지는 친필이 아니다. 아마 이 책을 간행할 때 덧붙인 것으로 보인다. 본서를 다시 정선(精選)하여 만든 것이 1607년(선조 40)에 간행된 『정선사가록(精選四家錄)』이다.
본서는 휴정의 친저(親著)가 아니라 중국문헌을 발췌한 것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조선 중기의 선사상의 경향을 알 수 있으며, 특히 발췌문을 분석함으로써 휴정 선사상의 특징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