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실교보살유혹도생지의 ()

불교
문헌
조선후기 승려 인담이 대승보살이 번뇌를 남기고 중생을 제도하는 의의에대하여 논한 불교서.
이칭
이칭
유혹장(留惑章)
정의
조선후기 승려 인담이 대승보살이 번뇌를 남기고 중생을 제도하는 의의에대하여 논한 불교서.
개설

『권실교보살유혹도생지의(權實敎菩薩留惑度生之義)』는 ‘권교(權敎)와 실교(實敎)의 보살이 미혹을 남겨서 중생을 제도하는 것에 대한 논의’라는 뜻이다. 권교란 ‘방편적인 가르침’을 말하고 실교란 ‘진실한 가르침’을 말한다. 여기서는 화엄의 오교판(五敎判) 중 대승시교(大乘始敎)·대승종교(大乘終敎)·돈교(頓敎)가 ‘권’에 해당하며, 원교(圓敎)가 ‘실’에 해당된다.

유혹(留惑)이란 ‘미혹을 남긴다’는 의미인데, 대승의 보살은 소승과 달리 깨달음을 얻은 뒤에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일부러 해탈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대승보살은 이미 깨달음을 얻었으므로 번뇌가 없지만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몸을 가지기 위해서는 번뇌를 가진 채 윤회를 해야 한다. 따라서 이미 깨달은 대승보살이 번뇌를 가진다는 모순이 생긴다. 이때 대승보살이 가지는 번뇌의 종류가 어떤 것인지를 화엄사상과 천태사상에 의거해서 논한 것이 본서의 내용이다. 『한국불교전서』 제12책에 수록되어 있다.

편찬/발간 경위

1724년에 경상도 경주의 기림사(祇林寺)에서 간행되었다. 간기에 ‘갑진하오월일설암문인인담기림사개간(甲辰夏五月日雪巖門人印湛祇林寺開刊)’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인담에 대해 상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설암의 문인이라고 한다. 박인석의 연구에 의하면, 설암은 조선시대 백암성총(栢庵性聰, 1631∼1700)의 제자인 석실명안(石室明安, 1646∼1710)이다.

석실명안은 백암성총에게서 화엄의 종지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천태학에 대한 관심이 높았는데, 그것은 본서에서 인담이 화엄과 천태의 주석서를 인용해서 논술하고 있는 경향과 합치한다. 따라서 본서의 저자인 인담은 석실명안의 제자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본서의 간행 연도인 ‘갑진년’은 종래에 알려져 있었던 1784년(정조 8)보다는 1724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또, 석실명안의 문인 가운데 인담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후 사정으로 보아, 저자인 인담(생몰년 미상)이 평소에 지니고 있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스승인 석실명안이 남긴 초록을 싣고 부가하여 자신의 견해를 서술한 것으로 보인다.

서지적 사항

목판본으로 1책 4장이다. 사주쌍변(四周雙邊)이며, 반곽(半郭)은 26.6×19.3㎝이다. 유계(有界)로 반엽(半葉)은 12행 20자이다.

내용

본서는 크게 인담의 스승인 석실명안이 ‘화엄의 문헌을 발췌한 초록 부분’과 인담이 ‘천태의 전적에 의거해 자신의 견해를 서술한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주요 인용경전은 다음과 같다.

  1. 석실명안의 초록: 화엄교학에 근거한 일반적인 유혹도생(留惑度生)

① 대승시교(大乘始敎): 법장(法藏)의 『화엄일승교의분제장(華嚴一乘敎義分齊章)』 권2, 자선(子璿)의 『기신론필삭기(起信論筆削記)』 권9

② 대승종교(大乘終敎): 법장의 『화엄일승교의분제장』 권3, 자선의 『기신론필삭기』 권9

③ 돈교(頓敎)·원교(圓敎): 법장의 『화엄일승교의분제장』 권3

④ 3종 의생신(意生身): 징관(澄觀)의 『화엄경소(華嚴經疏)』 권28

  1. 인담의 기록(문수와 관음보살에 대한 인담의 관점): 종의(從義)의 『천태사교의집해(天台四敎儀集解)』 권중(卷中)

우선 ‘초록’ 부분에서, 인담은 화엄의 오교판 중에서 소승교(小乘敎)는 논의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그 이유는 소승에서는 무여열반(無餘涅槃)을 얻은 후 영원히 해탈해 버리므로 다시 몸을 받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승보살이 중생제도를 하기 위해서는 번뇌를 지닌 채 다시 인간의 몸을 받아야 한다. 대승보살이 다시 받는 몸에는 분단신(分段身)과 변역신(變易身)의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분단신이란 ‘수명에 장단(長短)이 있고 형체에 대소(大小)가 있는 제한된 몸’을 말한다. 반면에 변역신이란 ‘수명과 형체에 제한이 없는 불가사의한 몸’이다.

화엄오교판의 각각의 단계에서 대승보살이 받는 몸에 대해 인담은 “대승시교의 보살은 삼승학인(三乘學人)들이 과(果)를 얻는 최후의 단계인 금강유정(金剛喩定)에 이르기 전까지는 번뇌장(煩惱障)의 종자가 영원히 단절되지 않기 때문에 분단신을 받는다. 대승종교에서는 십지(十地) 이전에는 미혹을 남겨 분단신을 받지만, 초지(初地) 이후에는 변역신을 받는다. 초지에 들어가면 일체번뇌의 종자를 영원히 단절하게 되고, 소지장(所知障) 가운데서도 일분(一分)의 추품(麤品) 정사(正使)를 단절하게 되므로, 남아있는 소지장의 힘에 의해 변역신을 받는 것이다. 돈교에서는 일체의 수행위(修行位)를 설할 수 없기 때문에 몸에 대해서도 차별을 논할 수 없다. 원교에서는 굳이 변역신을 설정하지 않고 선재동자(善財童子)와 같은 분단신으로도 궁극적인 경지에 이를 수 있으며, 이 점이 바로 원교가 다른 교보다 뛰어난 점이다.”라고 말한다.

또 인담은 대승종교에서 “초지 이후에 변역신을 받는다.”라고 한 부분을 3종의 의생신(意生身)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의생신이란 ‘부모가 낳아준 몸이 아니고 초지 이상의 보살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뜻대로 화생(化生)하는 몸’을 말한다. 3종의 의생신이란, 먼저 초지∼5지의 보살은 삼매락의생신(三昧樂意生身)을 얻는다. 삼매락의생신이란 ‘삼매의 상태에 들어가서 외부의 경계는 마음이 나타낸 것이므로 실체가 없음을 깨닫는 데서 생기는 몸’이다.

6지∼7지의 보살은 각법자성성의생신(覺法自性性意生身)을 얻는데, 각법자성성의생신이란 ‘모든 존재가 허깨비와 같아 일정한 모습이 없음을 깨닫는 지혜를 통해 자재한 신통을 무수히 나타낼 수 있는 몸’이다. 8지∼10지의 보살은 종류구생무행작의생신(種類俱生無行作意生身)을 얻는데, 종류구생무행작의생신이란 ‘부처님이 자증(自證)한 법의 모습을 깨닫는 데서 생기는 몸’을 말한다.

이상은 대승보살에 대한 일반론이다. 그런데 문수보살이나 관음보살과 같은 대보살은 불(佛)과 동일한 경지를 획득하였는데, 이들은 어떠한 번뇌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 후반의 ‘인담의 기록’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인담은 “문수보살과 관음보살과 같은 대보살은 무명혹(無明惑)이 아니라 9품(品) 수혹(修惑) 가운데 4가지 구생혹(俱生惑)을 지닌다.”라고 주장한다.

무명혹이란 ‘진리에 미혹하는 근본무명’을 말한다. 보통 불교에서는 모든 중생은 근본무명 때문에 윤회한다고 말해진다. 반면에 수혹이란 ‘수도를 통해 끊어지는 번뇌’를 가리키는데, 이 번뇌들을 9가지로 나눈 것이 9품 수혹이다. 또 구생혹이란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생겨나는 번뇌’를 말한다. 즉 문수보살과 관음보살이 지니고 있는 번뇌는 근본무명이 아니라 ‘몸을 받게 되면 그와 동시에 존재하게 되는 최소한의 미혹’이라고 하는 것이 인담의 결론이다.

의의와 평가

본서는 5단(段)에 지나지 않는 짧은 글이지만, 대승의 보살에 관한 재미있으면서도 선명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나아가 조선시대에는 화엄사상에 관한 논의와 전승이 많았지만, 본서에서는 천태학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조선시대 천태학의 전승과 관련한 중요한 문헌이라고 생각된다.

참고문헌

『한국불교전서』제12책(동국대학교 한국불서전서편찬위원회, 동국대학교출판부, 1996)
『한국불교찬술문헌총록』(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1976)
「조선후기 인담의 『권실교보살유혹도생지의』 연구」(박인석, 『한국사상사학』46, 2014)
집필자
정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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