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본. 1권 1책. 『한국불교전서』 제11책에 실려 있다.
시 55편·문 4편·부록 18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록에는 법린의 행장과 교유하였던 조선 말기의 문사와 관료들이 바친 찬(贊)과 증시(贈詩) 등이 실려 있다.
『농묵집(聾默集)』에 수록된 시는 칠언율시와 칠언절구가 대부분으로 자신의 심회를 읊은 시와 게송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불교의 깊은 진리를 담고 있는 시들도 많은데, 예를 들면 「간화게(看話偈)」 5수가 그것이다. 「간화게」에는 화두를 참구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자성(自性)의 청정성(淸淨性)을 관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문에는 4편이 있는데, 「장성군입암진안국사상량문(長城郡笠岩鎭安國寺上樑文)」·「장성부백암산정토사지장중수기(長城府白岩山淨土寺地藏重修記)」·「장성부백암산정토사청류동관음전관세음보살탄일수계문(長城府白岩山淨土寺淸流洞觀音殿觀世音菩薩誕日修稧文)」·「가야선우답서(伽倻禪友答書)」가 그것이다.
한편 부록에는 법린의 행장이 실려 있는데 찬자는 알 수 없다. 부록의 대부분은 저자에게 바치는 찬사(讚辭)이다. 그 중에는 고종 때 관찰사를 지낸 바 있는 민영철(閔泳喆)이 쓴 찬인 「여안장간무추경하가공재유백암여화담법사강론요제수송(余按藏看戊秋庚夏暇公再遊白岩與華曇法師講論聊題數頌)」과 이도재(李道宰)가 쓴 「서증화담상인(書贈華曇上人)」을 비롯하여, 상서(尙書) 이용직(李容直)이 쓴 「진영찬(眞影讚)」 등이 실려 있다. 또 1882년(고종 19)에 현감 이경인(李景寅)이 쓴 「근제농묵당(謹題聾默堂)」은 법린의 당호를 지어 올린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써, 농(聾)은 선악(善惡)의 소리에 귀가 멀었고, 묵(默)은 시비(是非)의 소리를 끊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실제로 법린이 그런 삶을 이루었다고 찬탄하고 있다.
지인(知人)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등 법린 자신의 심회를 읊은 시가 많으나, 승려로서 수행과 도(道)를 노래한 시도 상당수 존재한다. 또한 조선 말기의 전라도 장성(長城) 지방에 관한 기록이 많아 당시 불교나 사찰의 상황을 아는 데 좋은 사료(史料)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