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 권21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지가 끼어 흐린 거울을 가지고 보는 거사(居士)에게 객이 그 까닭을 물었다. 거사는 “거울이 맑으면 잘생긴 사람은 기뻐하지만 못생긴 사람은 꺼린다. 그러나 잘생긴 사람은 적고 못생긴 사람은 많다. 만일 못생긴 사람이 거울을 들여다보면 거울을 깨뜨릴 것이니, 차라리 먼지 끼어 희미한 것이 더 낫다. 먼지로 흐려진 것은 거울의 표면뿐이지 본래의 맑음이 흐려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잘생긴 사람을 만난다면 그때 맑게 닦여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옛날에 거울을 대하는 사람은 그 맑은 것을 취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내가 거울을 대함은 그 희미한 것을 취하고자 함이다.”라고 답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설의 양식이 추구하는 발상의 전환과 참신한 시각을 발휘하여 세상에서 사물과 인간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배척되는가와 그와 같은 상황 속에서 작가 나름의 처세훈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