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수필집 『지평(地平)없는 대화(對話)』에 이은 제2수필집으로 1978년 관동출판사에서 간행되었다. B6판 325쪽.
「수선화(水仙花)의 뜻」·「나목(裸木)들의 소원」·「임종(臨終)」·「기다림」·「산정(山精)」·「세피아」「빛의 봄」·「피고 지는 꽃의 서정(抒情)」·「망향(望鄕)」·「가을과 파초의 뜻」·「가을의 단장(斷章)」·「고속버스에서 만난 여인」·「아일랜드의 B신부(神父)」·「냉담교인(冷淡 敎人) S씨」·「표구사(表具師) 진석(眞石)씨」·「옥희(玉姬)에게」·「창훈(昌薰)에게」·「제자의 편지」·「이변(異變)」·「손목시계」·「흔적」·「무당골의 살인」·「캐시어스·클레이의 교훈」·「쇼우맨쉽」·「이열치열(以熱治熱)」·「어버이날」·「휴게실 없는 대화」·「미사 유감(有感)」·「고요한 밤의 메아리」·「계룡산 등반기(鷄龍山 登攀記)」·「민주지산 등반기(岷周之山 登攀記)」·「마니산 등반기(摩尼山 攀登記)」·「영서천리(嶺西千里)」·「용암산 등반기(聳岩山 登攀記)」·「덕유산 등반기(德裕山 登攀記)」·「오대산 등반기(五臺山 登攀記)」·「편편상(片片想)」·「가엾은 수차(水車)」가 있다.
과거에는 소중한 것들이 하찮게 여겨지는 작금의 현실을 때로는 개탄하면서도 추억을 되살리려는 작가의 마음이 표출된 작품이다. 가장 순수한 예술적 충동에 의한 사색의 결과물에 대하여 정을 주고자 하는 온화한 마음들이 작품의 행간마다에 녹아 있다.
자연에 대한 사색을 밑그림으로 한 각종 등반기가 수 편 실려 있어서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풍광들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잘 펼쳐져 있다. 또한 종교의식·종교인에 대한 고즈넉한 사색과 단상을 「미사 유감」이란 소제목을 달아 따로 글모음을 하였다.
「고요한 밤의 메아리」라고 소제목을 단 항목에서는 개인적 관심사, 소소한 것들에 대한 관찰과 섬세한 마음쓰임새를 잔잔한 필치로 적어 내려가고 있다.
시대적인 환경이나 주변적인 요소가 어렵다고 하여 좌절하기보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오히려 추억 속에서 지난날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되살려내고자 하는 내면적 성찰이 돋보이는 수필이다.
작가는 명석한 관찰력과 심오한 통찰력으로 일상사를 그려낸다. 훈계적이고 사변적이라기보다는 생활인으로서의 현실을 통한 자기 사색이 충만한 수필로 진솔하고 애틋한 솔직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표제작인 「가엾은 수차」는 고향을 그리워하지만 물질문명이 지배하는 천박한 현실에 분노의 염을 감출 수 없음을 토로하고 있다. 전통적 가치나 향토적 준칙을 거부하고 바뀌어서는 안 될 정신의 가치관을 상실하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정신의 가치를 그리워하고 있다. 비교적 자유로운 자신의 생각을 여러 가지 소재에 적용하여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무형식의 성찰적 수필이라 할 수 있다. 서정적인 감상 수준에서 더 나아가 명징한 의식으로 일상사를 살펴보는 작가의 마음이 대상 글감들과 조화롭게 표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