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1책. 목판본.
1643년 『계곡집(谿谷集)』을 간행할 때, 문집 맨 뒤에 붙여 함께 간행하였다. 목판본 외에 필사로 된 단행본도 더러 전한다. 권두에 실린 작자의 서문에 이 책의 편찬 동기가 나타나 있다.
즉, 자신은 어릴 때부터 독서와 저술을 본업으로 삼았는데, 지금 수년 동안 깊은 병에 걸려 두문불출하면서 다른 일은 못한다 할지라도 잠시도 마음을 쓰지 않을 수 없으니, 이러한 여가에 평소에 보고 들었던 소설(小說 : 자질구레한 조그마한 이야기)·쇄문(瑣聞) 등을 기록한다고 하였다.
내용을 보면 권1에 진(秦)나라 이전의 온전한 경문(經文)이 서복(徐福)에 의하여 일본에 전하여졌다는 설에 대한 고증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작시오계(作詩五戒)를 끝으로 158항의 것을, 권2에 인목왕후(仁穆王后)에 대하여 자기가 쓴 애책문(哀冊文)에 있는 고사용어의 출처문제로부터 시작하여 역년(歷年)에 관한 기록을 끝으로 53항에 걸쳐 자기의 견해를 곁들여 수록한 것인데, 권1이나 권2나 모두 일정한 기준이 없이 자유롭게 서술하였다.
이 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과 경사자집(經史子集)에 나오는 해석상의 문제점이 되는 구절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 평소에 보고 들어왔던 기문·한시·문장 등에 대한 고증과 비평, 그리고 자기의 학문 및 문필에 관한 것 등, 총 211항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모아 기록한 일종의 일사(逸史)의 성격을 띤 수필평론집이다.
이 가운데 시화(詩話)를 다룬 것은 권1에 30조항, 권2에 19조항이 있는데, 홍만종(洪萬宗)의 『시화총림』에는 다만 3조항만 수록해놓고 있다. 『계곡만필』에서 다루고 있는 시화는 주로 음운에 관한 것이 많은데, 고문 가운데 운을 사용한 예를 들어 논하거나 근체시의 통운(通韻)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논함으로써, 음운학에 상당한 조예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의 형식문제뿐 아니라 시에서의 내용을 중시하는 언급도 많은데, 문장에서의 이(理)를 중시하여 이가 승(勝)하면 문은 자연히 아름다워진다고 하였다. 사상적으로 그는 양명학(陽明學)에 기울어 있었는데, 권1에서 우리나라가 정주학(程朱學) 일색인 점을 비판하고, 다양한 학문의 갈래가 존재하는 중국과 비교하면서 학문의 자유를 주장하였다.
그에 따라 문학의 경우에도 도학의 구속을 탈피하고자 하는 생각을 곳곳에 피력하고 있다. 자신이 평생 실행하였다고 하는 「작시오계」에서는 “날카로운 기교를 쓰지 않고, 막히거나 깐깐한 말을 쓰지 않고, 표절을 하지 않고, 모방하지 않고, 의심스러운 내용이나 궁벽한 말을 쓰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어우야담』을 평하여 항간의 비루한 일을 많이 기록하였고, 문장이 속되며 사실과 어긋난 내용이 많다고도 하였다. 규장각도서·성균관대학교 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