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그리스도교에서 메시아, 구원자 등의 용어로 표현되는 구세주 유형의 존재는 한국 신종교에서는 광제자(廣濟者)·광구자(匡救者)·제세자(濟世者)·개벽자(開闢者) 등으로 불리고 있다. 여기에는 인간의 재앙과 고통뿐 아니라, 모든 사물의 무질서와 문란을 다스려서 본래의 질서로 이끄는 초월자에의 기대가 내포되어 있다.
초월자는 이 세상을 완전히 갱생하여 모든 것을 구원하는 존재이며, 본래 질서에서 빗나간 세상을 원시반본(原始返本)의 세상으로 뒤바꾸는 신격자이다. 따라서, 이 신앙은 말대(末代)와 대망의 신앙을 배태하고 있다.
구세주로서의 치자적 기능(治者的機能)은 민간신앙의 경우 무당과 점장이에게 나타나며, 민족종교의 경우에는 신인적(神人的)인 교주 및 창시자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민족종교가 외래종교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구원의 보편성을 수용하게 되면서 하나의 민족에 국한된 구원관을 버리고, 개인 속에 보편성의 차원을 찾게 되었다.
외부적·형식적인 측면으로부터 내면적인 측면의 구원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구세주 및 제세자의 유형은 네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주술사적 성격으로 무당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 민족종교에서 나타나는 시조신적 성격(始祖神的性格)과 신인적 성격이다. 셋째, 외래종교의 수용 및 변용과정과 관계되는 미륵하생적 성격(彌勒下生的性格)이다. 넷째, 개인적으로 구세주를 모셨다는 개인위주적 성격이다.
주술사적인 구세주는 질병·재난 등을 푸닥거리와 무꾸리라는 주술로 다스려주며, 시조신적 성격의 구세주는 조물주로서 모든 것의 존재근거가 되므로 인간들은 보은의 책임을 지게 된다. 신인적 성격의 구세주는 수도를 통하여 도통한 현자 및 군자의 표본으로서, 도통군자가 되면 삼재(三災)를 다스릴 수가 있어서 인간들을 구제할 수 있다.
미륵하생적 성격을 띤 구세주는 구원의 때가 올 때까지 시련과 재앙의 기간을 극복해야 한다는 신앙과 총체적 구원의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나라 민족종교에서의 구세주신앙은 특히 개인의 구원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구원도 강조함과 동시에 물질적인 구원과 더불어 정신적 구원, 전면적인 의식변화를 강조한다는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