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2책. 목판본.
갑·을·병·정(부록)의 4편으로 엮어졌다. 갑편은 주로 가감승제(加減乘除)의 4칙에 관한 기본적인 설명, 을편은 이들 기본연산(基本演算)을 다룬 응용문제, 병편은 개방(開方)·입방(立方)·방정(方程) 등에 관해서, 그리고 정편은 문산(文算)·주산(籌算) 등의 새로운 산법 및 마방진(魔方陣)의 연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수학의 형이상학적인 역학사상에 의거, 수론을 전개한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수학의 계산을 도외시하면서 삼위일체설에 근거를 둔 수의 분류를 주제로 한 서양의 보에티우스(Boethius)수학에 견줄 수 있다.
수사(數詞)·단위·산목(算木)·포산(布算 : 산목의 배열법)·가감승제의 계산원칙을 비롯하여, 심지어 동양수학의 대표적 고전인 ≪구장산술 九章算術≫의 각 장을 음양사상과 결부시켜 분류하고 있다. 그 분류방법을 보면,
태양[日] 一, 방전(方田)
태음[月] 二, 속미(粟米)·소광(少廣)
소양[星] 三, 상공(商工)·쇠분(衰分) ·영육(盈朒)
소음[辰] 四, 균수(均輸)·구고(勾股)·방정(方程)
으로 되어 있다. 방전장(方田章)은 곱셈이기 때문에 ‘태양’에 속하고, 속미장(粟米章)은 나눗셈이기 때문에 ‘태음’에, 그리고 소광장(少廣章)은 심오하기 때문에 ‘태음’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음양설과 수체계의 관계는,
태원(太元)·양의(兩儀)·사상(四象)
↑↓
수원(數原)·(+, -)·사칙(四則)
사칙(+-×÷)
↑↓
일월성신
으로 대응시키고 있다.
특히 정편(부록)의 말미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하락변수’, 곧 마방진은 저자의 중세적 수학사상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거기에서는 양휘산법(楊輝算法)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아울러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고, 구수음면(九數陰面)·백자자수음양착종면(百子子數陰陽錯綜面) 등 역(易)에 관련된 형이상학적인 명칭을 붙였다.
이 마방진의 연구는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단순한 수학유희(數學遊戱)가 아니고, 일종의 심각한 신앙고백이었으며, 주로 수의 신비적 기능을 빌려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꾀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저자는 영의정을 지낸 사대부출신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새로운 지식을 누구보다도 앞서 접할 수가 있었다.
인용서적에 나타난 바와 같은 ≪천학초함 天學初函≫ 등 유럽계통의 수학책을 참고로 하면서도 ≪구수략≫의 체재를 신비적 수론사상을 바탕으로 구성하고 있는 점은, 당시 사대부들의 수학관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형이상학적인 수의 사상과 수학상의 이론 및 계산기술을 미분리된 그대로 다루는 사대부층의 수학관이 잘 나타나 있다.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