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필사본. 편자·연대 미상. 서·발문이 없다.
『국당배어』는 정태제가 직접 견문한 것을 기록한 책이다. 내용은 시국에 대한 평과 인물들의 일화, 시화, 신변잡기 등이다. 내용과 체재는 일반 필기류처럼 일관성이 없다. 각 항목은 제목 없이 바로 서술되고 있다.
『국당배어』에는 선조∼인조연간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으며, 특히 임진왜란·병자호란에 대한 기록이 많다. 이 기록들 중에서 역관 홍순언(洪純彦)에 관한 이야기는 주목할만하다. 홍순언은 종계변무사(宗系辨誣使)를 따라 명나라에 가서 큰 공적을 세워 당릉군(唐陵君)에 봉해졌던 실재 인물이다.
홍순언의 고사는 많은 잡록류의 글에서 보인다. 홍순언이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한 기녀를 만난다. 그는 그녀의 불쌍한 처지를 동정해 많은 돈을 주어 도와주었다. 그 뒤 그녀는 병부상서 석성(石星)의 소실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임진왜란이 일어나 명에 구원병을 청하러 온 홍순언을 도와서 명나라가 출병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녀는 한시라도 홍순언의 은혜를 잊지 못하다가 다시 그를 만나게 되자 비단에 보은이라는 글자를 수놓아 주었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홍순언 고사는 많은 잡록류·야담집 등에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내용의 차이가 심하여 고사의 주요소를 짐작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국당배어』에 실려 있는 홍순언 고사는 대체로 그 이야기의 주요소를 거의 망라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책에 기록된 홍순언의 고사와의 비교 고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국당배어』에는 중국에 사신으로 가서 중국인들과 주고받은 시를 모은 『황화집(皇華集)』의 개략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정태제는 『황화집』중에서 우리나라 사람의 시가 중국 사람에 뒤지지 않는다는 민족적인 자긍심을 뛰어난 시 몇 편을 예로 들면서 말하였다. 특히, 병자호란에 대한 기록은 정태제가 직접 겪었던 일로 당시 조정의 상황이 핍진하게 묘파되어 있다. 그의 견해도 돋보인다.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