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는 개인이나 집단이 중요한 정치적·사회적·경제적·문화적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타인에게 작위 또는 부작위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의 지위 또는 자격이다. 여타의 규범적 가치에 비해 일응의 우선적 지위를 누린다. 모든 권리에 공통된 근본 요소로서 청구권, 자유권, 형성권, 불가침권의 네 요소가 있고, 법적 권리와 인권은 대부분 이 근본 요소들이 결합한 복합적 권리이다. 권리 관념은 사회정의도 실현해 왔지만, 오남용 시 개인의 책임과 연대심의 약화라는 부작용도 낳았으므로 균형 잡힌 권리 사상이 필요하다.
인간 삶의 유지와 번영에 필수적이고 중요한 이익들을 보호 ·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와 집단이나 개인에게 일정한 주1 · 주2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할 힘이라는 권리 관념은 여타의 규범적 가치[국가안전보장, 공공복리, 사회질서 유지, 선량한 풍속 등의 가치]에 비해 우월한 위상을 누린다. 여타의 규범적 가치와 권리가 충돌하면, 권리를 제한할 특별한 정당화 사유가 입증되지 않는 한 일단 권리가 우선한다고 추정된다. 이를 권리의 ‘일응의 우선성’이라고 한다. 법치가 정착되어 선진화된 사회일수록 국가와 개인과의 관계에서나 개인과 개인과의 관계에서 권리의 일응의 우선성은 널리 인정되고 실행된다.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권리를 가진다고 할 때 다음 의미 중 하나로 사용된다.
첫째, 흔히 우리가 권리라고 할 때 떠올리는 청구권을 뜻하기도 한다. 청구권은 권리 보유자가 국가를 비롯한 타인이 작위의무 또는 부작위의무를 이행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강한 의미의 권리이다. 민법상 다양한 권리가 청구권이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인 헌법상 생존권도 청구권이다.
둘째, 자유권을 뜻하는 용법으로도 사용된다. 내가 자유권을 가지고 있다면, 국가나 타인이 권리 보유자인 나에게 어떤 행동을 하라거나 하지 말라고 요구할 권한이 없다. 헌법상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예이다. 축구 경기에서 선수는 골을 넣을 자유권을 가지지만, 상대방 선수들에게 자신이 골을 넣을 수 있게 막지 말라거나 골을 넣을 수 있게 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자유권 보유자는 국가나 타인을 향하여 자신의 권리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만,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권을 행사할 때 부당하게 방해 · 침해하지 말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제삼자가 자유권을 침해할 때 국가를 향하여 보호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셋째, 타인의 지위를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인 형성권을 뜻할 때도 있다. 어떤 물건을 소유하는 소유권자는 권한 없는 타인이 자신의 물건을 이용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할 수 있고, 증여나 상속을 통해서 새로운 지위를 창설해 줄 수 있다. 국회는 입법을 통해서, 사법부는 판결을 통해서 국민의 지위에 일정한 제한을 가할 권한을 가진다. 형성권 주체의 상대방은 형성권의 행사에 따라 변경된 자신의 지위를 받아들여야 할 상태에 놓인다. 노예제 사회나 가부장 신분제 사회에서 노예 소유주나 가부장은 노예의 지위를 변경할 형성권을, 가부장은 자녀의 혼인을 결정할 형성권을 가졌지만, 현재는 그런 형성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넷째, 국가나 타인이 형성권을 통해서 개인이나 집단의 중요한 이익을 마음대로 박탈할 수 없는 지위인 불가침권을 뜻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는 「대한민국헌법」 제10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에서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 조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제한할 수 없다”[「대한민국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본질적인 내용 제한 또는 침해 불가 조항이다. 국가의 입법권과 사법권 등 공권력에 의해서 결코 침해되거나 제한될 수 없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와 지위가 불가침권에 속한다.
우리가 가지는 권리는 위 네 가지 권리 요소 중 하나이거나 그 결합이다. 예컨대, 재산권은 이 네 가지 권리 요소가 모두 결합한 복합적 권리이다. 이 네 가지 권리 요소는 현대의 인권 담론과 법적 권리 담론에서 통용되는 권리의 공통 근본 요소로서 모든 권리 개념의 분자를 이루며, 권리를 분석할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개인이 권리를 가진다는 것의 중요한 의의는 국가와 사회는 법적 강제력을 통해서든 여론이나 도덕적 압력을 통해서든 그 권리 보유자를 보호할 강력한 의무가 있고, 권리 보유자는 그 의무이행을 요구할 정당한 힘을 가진다는 점에 있다. 권리 언어의 강력한 규범적 정당성의 힘 때문에 근대의 정치학, 법학, 윤리학에서 권리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권리주체의 상대방이 권리주체의 권리행사를 방해 · 침해하지 않을 의무를 질 때, 그 권리는 소극적 권리이다. 소극적 권리의 대표적인 예가 자유권이다. 권리주체의 상대방이 그 권리 실현에 필요한 자원이나 급부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의무를 질 때, 그 권리는 적극적 권리이다. 적극적 권리의 대표적인 예는 생존권과 같은 사회권이다. 권리행사를 방해하지만 않으면 되므로 소극적 권리 유형의 실현이 적극적 권리 유형보다 손쉽고 자원이 덜 든다는 점에서 소극적 권리 유형이 적극적 권리 유형보다 우선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인권이나 법적 권리의 집행과 실행의 측면에서 보면, 소극적 권리 유형과 적극적 권리 유형의 차이점은 크지 않다. 소극적 권리 유형이라도 그 집행과 실행을 위해서는 일정한 제도와 인원과 자원을 제공해야 할 국가의 적극적 의무[예를 들어, 소극적 권리의 행사를 방해 · 침해하는 개인이나 집단을 막을 경찰이나 제도의 제공]가 동반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권리에는 적극적 권리의 성격이 있다.
청구권, 자유권, 형성권, 불가침권의 네 가지 권리 요소는 입법과 같은 국가의 승인을 통해서 비로소 개인에게 부여되는가[법실증주의적 권리론], 아니면 국가의 실정법적 · 제도적 승인과는 무관하게 그 이전에도 이미 개인들은 이런 권리들을 가지는가[자연법적 권리론]의 문제가 현대 권리 이론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후자의 견해에 따르면, 국가의 실정법적 승인과 무관하게 보편적 도덕원리에 의해서 천부적으로 각 개인에게 부여된 도덕적 권리들[‘자연권’]이 있고, 이런 도덕적 권리 중에서 인간에게 필수 불가결인 기본적인 도덕적 권리들이 인권이다. 이를 확인하고 보장할 국가 및 국제사회의 필수적 의무가 있으며, 인간은 이 인권을 국가 내에서 또는 국제사회에서 실정법적으로 제도화하여 보장해달라고 요구할 청구권을 갖는다는 인권 이론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전되어 왔다.
반면, 국가나 국제사회에서의 국내법적 · 국제법적인 제도적 승인에 의해서만 비로소 개인에게 인권이 인정 · 부여된다는 견해는 ‘천부적 인권’이라는 관념이 현실적으로 무용하다고 비판하며, 공동의 논의와 결정을 통해 결정될 것을 강조한다.
개인주의를 토양으로 하여 성립한 권리 관념은 오용 · 남용되어 공동체 속에서 개인이 가져야 할 책임과 연대심, 시민적 덕목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견해들이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등장한 공동체주의는 개인주의가 확산할수록 자신의 권리주장이 타인에게 미칠 결과에 무관심하고 자신의 책임보다는 자기 이익의 실현에만 골몰하게 되는 권리 담론의 폐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비판한다.
개인의 생명, 신체 안전, 자유, 복지라는 중대한 이익을 보장하기 위하여 타인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힘을 가진 권리 관념은 사회정의의 실현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였지만, 공동체주의가 지적한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권리 관념의 순기능은 보존하고 그 역기능을 제거하는 권리 사상이 필요하다는 점에 현대의 권리 이론들이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