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궁체의 필사본. 표지에는 한문으로 ‘규곤시의방’이라 쓰여 있다. ≪규곤시의방≫의 내용 첫머리에는 한글로 ‘음식디미방’이라 쓰여 있다.
≪규곤시의방≫은 집안의 딸과 며느리를 위하여 쓴 것이다. 안동장씨는 겉표지 안에 “새색시가 삼 일 만에 부엌에 내려가 손을 씻고 국을 끓이니, 아직 시어머니의 식성을 몰라서 시누이를 시켜 먼저 맛보게 하였다(三日入廚下 洗手作羹湯 未諳姑食性 先遣少婦嘗).”라는 한시가 있다.
뒤표지 안에는 “이 책을 이리 눈이 어두운데에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잘 알아 이대로 시행하고,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가되, 이 책을 가져갈 생각은 하지 말고 부디 상하지 않게 간수하여 쉽게 더럽히지 말라.”는 저술동기와 당부를 적고 있다.
≪규곤시의방≫에는 국수·떡·만두·김치·찜·국·약과 등 25종류의 음식 만드는 법과 술·초 만드는 법, 고기·과일·채소·해산물 저장하는 법 등이 적혀 있다.
총 132조목 중에 술에 관한 것이 51조목에 달하여 술빚기가 상류층 가정주부의 중요한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 개장고지느르미, 개장국느르미, 누른개 삶는 법, 개장 고는 법 등 개고기 조리법이 많이 적혀 있어, 개고기를 다양하게 이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규곤시의방≫에는 고려 말에 등장한 발효떡인 상화(霜花)의 구체적인 조리법이 문헌상 처음으로 설명되어 있는 점, 녹말·녹두가루·메밀 등을 이용하는 국수 종류가 많은 점, 훈연법에 의한 고기저장법이 적혀 있는 점 등은 특기할만하다.
또한, 비시나물 쓰는 법이라 하여 겨울에 움 속에 흙과 거름을 깔고 승검초·산갓·파·마늘 등 채소의 싹을 내어 쓰는 법은 지금의 온상재배와 비슷하여 주목된다. 이 밖에 조리기구가 간단하고 조리조작이 장시간에 걸쳐 이루어진다는 특색도 있다.
≪규곤시의방≫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구체적인 조리·가공서이다. 안동장씨가 살고 있는 고장에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조리·가공법을 후손에게 전수하려 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규곤시의방≫에는 현재는 잘 쓰지 않는 동아·꿩·개고기·천초 등의 식품과 상화법·웅장 등 드문 조리법이 기록되어 있다. 우리 나라 음식의 변천과정을 파악하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재령이씨의 13대 종손인 이돈(李燉)이 영인본을 펴냈다. 1980년황혜성(黃慧性)이 해설편을 냈다. 경북대학교 도서관도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