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판은 아홉으로 나누어진 목기로 여기에 아홉 가지 재료를 담았다고 해서 그릇 이름 그대로 구절판이라고 한다. 구절판은 주로 옻칠을 하고 자개를 박아서 문양이 다양하고 아름답게 만든 공예품이다. 최근에는 도자기나 유리 · 플라스틱 · 은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칠기구절판찬합이 신라시대의 고분에서 출토되기도 하였다.
조리법은 1930년대 이후의 문헌인 『조선요리법』 · 『조선요리학』 · 『이조궁정요리통고』 등에 기록되어 있고, 그 이전의 문헌에는 보이지 않는다.
만드는 법은 밀가루를 물에 개어 종이처럼 얇게 부친 뒤에 식혀서 구절판의 중앙 칸에 맞도록 둥근 모양으로 만든다. 가늘게 채를 썬 쇠고기는 양념하여 볶고, 달걀은 황백으로 나누어 알지단을 부쳐서 식힌 다음에 곱게 채친다. 오이채나 애호박채를 소금에 잠깐 절였다가 꼭 짜서 기름에 볶는다. 불려놓은 표고와 석이버섯을 채쳐 양념하여 각각 볶는다. 천엽이나 전복을 채쳐 양념하여 볶고, 당근도 채쳐 소금간을 하면서 기름에 볶는다.
구절판의 가운데 칸에는 밀전병을 서로 떼기 좋도록 사이사이에 실백을 두어 개씩 넣어 담고, 가장자리에는 준비해 둔 나머지 재료들을 색을 맞추어 소복하게 담고, 잣가루를 위에 뿌린다. 이밖에 닭 가슴살이나 새우 등을 계절과 기호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쓸 수 있으며, 모두 가는 채의 형태로 쓰는 것이 특색이다. 찹쌀가루로 찰전병을 부치기도 한다.
먹는 방법은 빈 접시에 밀전병 한장을 놓고, 그 위에 여덟 가지 재료를 마음대로 조금씩 집어 놓고 겨자장이나 초장을 조금 치고 양쪽에서 접어 싸서 먹는다. 궁실(宮室)이나 반가(班家)에서 유두절의 시식(時食)으로 이용되었다. 서로 모여 구절판을 싸면서 우의를 두텁게 할 수 있는 정겨운 음식이다. 색이 화려하고,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다.
구절판은 주안상이나 다과상에도 이용되고 있다. 주안상에는 생률 · 호두 · 은행 · 대추 · 잣 · 땅콩 · 곶감 등의 마른 안주를 담고, 다과상에는 각종 강정 · 정과 · 다식 · 숙실과 등을 색을 맞추어 담는다. 특히 이것을 건구절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