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와 작자는 미상이다. 축 형식의 채색필사본으로 지도의 크기는 세로 167㎝, 가로 96㎝이다.
「기성전도」는 평양성과 그 주변을 그린 지도로, ‘기성(箕城)’이라는 지명은 평양이 고대 기자조선(箕子朝鮮)의 수도라는 인식에서 붙여진 평양의 또 다른 명칭이다. 평양을 그린 지도는 조선 전기부터 읍지(邑誌)나 군현지도집에 수록되거나 병풍이나 족자에 단독으로 그려지는 등 빈번하게 제작되었다. 현전하는 평양을 그린 지도는 대부분 조선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대형 병풍형식의 지도들이다. 옆으로 길게 그린 성곽 주변을 대동강이 감싸듯이 흐르고 그 뒤로 산수가 펼쳐지는 형식으로 회화적 요소가 강조되어 감상용의 성격이 강하다.
이에 비해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되어 있는 「기성전도」는 축 형식으로 제작되었으며 평양성 일대를 측면에서 부감한 시점이다. 화면을 대각선 구도로 배치하여 평양 성내·외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고 근경에 늘어선 강변의 나무들과 원경의 나지막한 산들 사이에 원근법이 적용되었다.
나무들의 묘사가 자세하고 주변의 지형은 산수화풍으로 표현되었다. 측면에서 부감한 시점의 사선구도는 고려대학교 박물관과 동아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동궐도』와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의 「경기감영도」 등에서도 비슷한 구도로 나타난다.
지도에 묘사된 평양성은 을밀대, 현무문, 모란봉, 부벽루를 연결하는 북성(北城)과 만수대, 주작문, 대동문 을 연결하는 내성(內城)으로 구성된 모습이 상당히 자세하다. 성내에는 민가가 꽉 들어차 있어 당시 번성했던 평양의 면모를 보여준다. 좌영(左營), 우영(右營), 중영(中營), 전영(前營) 등의 군사시설과 기자묘(箕子墓), 영명사(永明寺), 산신당(山神堂), 용신당(龍神堂) 등의 사적지, 도로, 민가, 지명 등을 자세하게 그렸으며 향동(香洞)의 냉면가(冷麵家)까지 표시되어 있는 것이 흥미롭다.
대동강에는 능라도와 양각도의 섬이 그려져 있고 약 20여 척의 들어오고 나가는 배들이 모여 있다. 10리에 달했다고 하는 대동강 제방에 두 줄로 나란히 심어놓은 수양버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평양의 번성했던 모습과 수려한 경관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회화식 지도로서, 제작 당시 평양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고 풍부하게 전달하는 시각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