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학』은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가 기학을 뒷받침하는 철학적인 구조를 제시하여 1857년에 저술한 실학서이자 철학서이다. 『기학』과 관련된 최한기의 주요 저서로는 『기측체의』(1836), 『기학』(1857), 『인정』(1860)이 있다. 『기학』은 두 저술의 중간에 위치해 인식의 문제가 경세의 문제로 일관성 있게 연결될 수 있도록 기학 전체의 철학적인 구조를 제시하였다. 제1권은 서구 자연과학의 성과를 수용해, 기학 체계 속에 주체적으로 반영하였다. 제2권은 개인의 성취를 사회·국가·인류의 차원으로 확장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2권, 필사본.
저자가 정립한 학문인 기학(그의 저술인 『기학』과는 구분됨.)을 뒷받침하는 그의 철학 관련 저술 중 중요한 것을 집필 연대순으로 나열하면 「신기통(神氣通)」과 「추측록(推測錄)」을 합본한 『기측체의(氣測體義)』(1836년 34세)와 『기학』 그리고 『인정(人政)』(1860년 58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측체의』는 기학적 인식의 문제를 신기(神氣) · 추측(推測) · 통(通) 등의 개념에 의거해 해명하고 있는 저술이다. 이에 비해 『인정』은 정교(政敎)에 의거해 통민운화(通民運化)함으로써 인도(人道)를 실현한다는 이른바 기학적 경세(經世) · 실현(實現)의 문제를 주로 다룬 저술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 두 저술의 중간에 위치해 인식의 문제가 경세의 문제로 일관성 있게 연결될 수 있도록 기학 전체의 철학적인 구조를 제시하고 있는 저술이 바로 이 책이다.
제1권에서는 새로운 천관(天觀) · 인간관(人間觀) · 천인관(天人觀) 등이 제시되었다. 이 중 특히 기학적 천관을 기준으로 중고지학(中古之學)으로 불리우는 기존의 학문들을 비판하고 기학에 속하는 학문들을 열거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서구 자연과학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그것을 그의 기학 체계 속에 주체적으로 반영하려는 저자의 입장이 잘 드러나고 있다.
제2권에서는 인간이 천(天 : 運化之氣)을 승순(承順)하기 위한 천인일치(天人一致)의 방법, 인간이 천을 승순하면 얻어지는 구체적인 효과, 그리고 개인이 도달한 천인일치의 경지를 사회 · 국가 · 인류의 차원으로 널리 확장하는 문제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는 기학의 전체적인 철학 구조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삼대운화(三大運化)가 제시되고 있다. 그것은 천인운화(天人運化), 활동운화(活動運化), 통민운화(統民運化)이다.
천인운화란 천지인물을 일관하는 대동의 보편자로서 인간이 천인일치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인식해야 할 긍극적인 대상이다. 따라서 기학에서 천인운화란 근원적으로 학문의 근기(根氣)를 의미하고, 그 종국에서는 학문의 표준이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활동운화는 기의 본성이다. 기의 본성은 생명성 · 운동성 · 순환성 · 변화성의 네 가지 성질이 오묘하게 결합되어 동시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본성을 완벽하게 발현하고 있는 유일한 존재는 운화지기(天) 뿐이다. 인간의 경우는 천인운화에 통달하였을 때만 제대로 된 활동운화가 가능하다. 여기서 활동운화는 기학의 종지(宗旨)로 파악된다.
통민운화란 개인 차원의 활동운화를 사회 · 인류의 차원으로 확장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인도(人道)의 실현이다. 여기서 통민운화란 기학의 중심 축으로 파악된다.
삼대운화에서 드러나는 기학 전체의 틀을 천도(天道)에 바탕한 인도의 정립과 시행으로 요약된다. 기학에서도 최한기의 다른 저술에서와 마찬가지로 탈주자학적인 시도가 부단히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