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놀이나 민속놀이 또는 마을굿에 앞서 마을을 도는 놀이. 탈춤 또는 탈놀이공연을 위하여 가면과 의상을 갖추고 집합지에서부터 공연장소까지 행진하는 것을 말한다. ‘거리굿’으로도 부른다.
민속놀이에도 거북놀이를 놀기 전에 농악대들이 풍악을 울리면서 마을을 한바퀴 도는 일이나 줄다리기를 벌이기 전에 각 패의 대장이 기세를 올리기 위하여 마을을 도는 일, 지신밟기에서 농악대가 각 집을 찾아다니기에 앞서 가장행렬을 꾸미고 마을을 도는 일, 또는 마을굿을 지내기 전에 제관(祭官)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마을을 도는 일도 길놀이라고 부른다.
탈춤 또는 탈놀이 공연에서 길놀이의 내용은 놀이에 따라 차이가 있다. <양주별산대놀이>에서는 영기를 든 완보(完甫)와 옴중에 이어 곤장을 든 말뚝이와 먹중이 뒤를 따르고 노장·소무(小巫)·취발이의 순서로 열을 짓는다.
이들 뒤에는 다시 마을 유지들과 구경꾼들이 늘어서서 공연장으로 향한다. 이 때 찬조를 받을 만한 집에 이르면 영기를 세워 놓고 춤을 추고 덕담(德談)을 베풀어 복을 빌어주며 주인은 쌀이나 돈으로 답례한다.
<봉산탈춤>에서는 잽이를 선두로 사자·말뚝이·취발이·소무·양반·영감·상좌·노장·남강노인의 순서로 열을 지어 행렬을 벌이고, 원숭이는 앞뒤로 뛰어다니며 재롱을 부린다. 놀이판까지 가는 도중 넓은 마당에 이르면 탈꾼들뿐만 아니라 마을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길놀이가 끝난 뒤 <봉산탈춤>을 중흥시킨 안초목(安草木)을 위령(慰靈)하는 고사를 올리기도 한다. 길놀이를 가장 화려하고 흥겹게 벌이는 것은 <동래야류 東萊野遊>이다. 놀이가 벌어지는 날 해가 지면 영기를 앞세우고 농악대·한량패와 말을 탄 팔선녀(기생들), 배 모양의 장식을 붙인 달구지에 사람이 올라탄 유선(遊船)들이 늘어선다.
이들에 이어 많은 용등(龍燈)과 봉등(鳳燈)을 든 사람들이 뒤따르고 원양반(元兩班)을 비롯한 탈꾼들과 가마를 탄 할미광대가 열을 지어 장관을 이룬다. 이들은 탈판에 도착하여 얼굴에 먹으로 환칠을 하거나 종이탈을 쓴 마을사람들과 어울려 굿거리장단에 따라 덧뵈기춤을 추며 신명을 내는 집단난무를 벌인다.
이처럼 <동래야류>에서는 길놀이가 특히 비중이 크기 때문에 ‘야류’를 ‘길놀이’와 ‘덧뵈기춤놀이’·‘탈춤놀이’를 한데 묶어서 지칭한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 <통영오광대 統營五廣大>에서는 탈놀음 전에 길놀이로서 ‘사또놀음’을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길놀이는 마을 단위의 공동체에서 주술의 의미도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걸립(乞粒)이나 매구[埋鬼]를 쳐주기도 한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이 길놀이는 점차 약화되어 봉산에서는 길놀이를 하지 않고 광고문을 적은 나무판을 사방에 붙였다고 한다.
길놀이는 사람들에게 놀이 자체를 알리는 선전 목적과 사람들이 놀이판에 함께 참가해 주기를 바라는 권유, 그리고 놀이꾼들 자신의 흥을 돋우기 위한 서막적(序幕的) 축제의 의미가 담겨 있다. 또, 경우에 따라 찬조금을 받아내려고 지신밟기도 행하였으므로 주술적 기능도 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