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螺)’ 또는 ‘소라’라고도 한다.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는 고려 의종 때 각종 위장(衛仗)이나 노부(鹵簿)의 수레 뒤에 따르던 취라군(吹螺軍)이 이 악기를 불었다는 《고려사》의 기록이다.
만드는 법은 바다에서 사는 큰 소라를 잡아 살을 꺼내고, 꽁무니 뾰족한 끝부분을 갈아 취구(吹口)를 만들어 끼운다. 일정한 크기는 없으며 소라의 원형 그대로 쓰기도 하고, 천으로 거죽을 씌우기도 하며 속에 붉은 칠[朱螺]을 하여 모양을 내어 치레하기도 한다.
이 악기는 낮은 외마디 소리이지만 웅장하고 우렁찬 지속음을 낸다. 연주법은 나발과 같이 윗입술과 아랫입술 사이로 김을 불어넣어 입술의 진동으로 ‘뿌우―’ 하고 소리내는데, 음높이는 소라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궁중연례(宮中宴禮)와 군악에 사용되었고,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 중 〈정대업 定大業〉의 일무(佾舞)에도 사용되었다. 지금은 대취타(大吹打)에 쓰이고 있는데, 특히 나발과는 엇갈리며 번갈아 연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