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존여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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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전 유교 문화권 사회에서 통용된 남녀 불평등을 표현한 유교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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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남존여비는 근대 이전 유교 문화권 사회에서 통용된 남녀 불평등을 표현한 유교용어이다.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다’는 뜻 그대로 사회적 지위 및 권리 면에서 남자를 우위에 두고 여자를 열위에 둔 문화적 관행을 보여준다. 사유재산제의 발달 과정에서 남녀의 경제적 지위가 위계화하면서 남녀차별이 세계의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나타났는데, 유교 문화권에서는 남존여비라는 용어로 합리화되어 왔다. 전통사회에서 일상화된 남존여비 관념은 근대 이후에도 습속과 관행의 형태로 잔존하여, 오늘날 양성평등을 구현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의
근대 이전 유교 문화권 사회에서 통용된 남녀 불평등을 표현한 유교용어.
개설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다’는 뜻의 남존여비(男尊女卑)는 사회적 지위 및 권리 면에서 남자를 우위에 두고 여자를 열위(劣位)에 둔 문화적 관행을 표현한 용어이다. 역사상 대부분의 사회는 남자를 높이고 여자는 낮추는 남녀불평등한 현상을 보여 왔다. 이는 수렵 · 채집을 위주로 한 원시사회 이후에 나타난 현상으로, 그 원인은 사유재산제의 발달로 남녀의 경제적 지위가 위계화 되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거의 모든 문화의 일반적인 현상이었던 남녀불평등이 유교문화권에서는 ‘남존여비’라는 용어로 합리화되어 온 것이다.

내용

남존여비라는 용어의 기원은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음양(陰陽)’ 개념에 기원한다. 음양이란 단어는 처음에는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현상의 두 가지 상반된 기본 요소 또는 동력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런데 점차 개념의 발달과 함께 건곤(乾坤)으로 추상화되고, 남성성과 여성성에 적용되어 사회 신분적인 가치로 쓰이게 되었다.

『주역』에는 “건도(乾道)는 남자를 만들고 곤도(坤道)는 여자를 만든다”고 하였고, “하늘은 높고 땅은 낮은데 그것을 본떠 건괘곤괘가 자리 잡는다” 고 하였다. 이것은 하늘 · 땅 · 인간을 유기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인데, 양(陽)은 건괘(乾卦)가 되어 하늘과 남자에 배속되고, 음(陰)은 곤괘(坤卦)가 되어 땅과 여자에 배속되었다. 즉 ‘하늘은 높고 땅은 낮다’는 자연현상과 ‘건괘와 곤괘가 자리 잡는다’라는 괘의 배열 순서가 결합하여 천존지비(天尊地卑)나 양존음비(陽尊陰卑)로 도출되었다. 다시 말해 높고 낮은 천지의 공간적인 위치로부터 귀하고 천하다는 사회적인 개념을 도출한 것이다. 하늘은 높음과 남자에 유비(類比)되고, 땅은 낮음과 여자에 유비되면서 남존여비라는 개념이 나왔음을 알 수 있다.

자연의 이치로 합리화된 남존여비는 정치와 생활 속에서 다양한 불평등 양상을 드러내었다. 남자는 이끌고 여자는 따른다는 ‘남수여종(男帥女從)’, 여자를 남자의 종속적인 위치로 설정한 ‘ 삼종지도(三從之道)’, 아내는 반드시 남편을 따라야 한다는 ‘여필종부(女必從夫)’ 등의 용어가 사회적으로 통용되었다. 또 유교 경전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거나 “여자는 재능이 없는 것이 덕(德)”이라는 말은 남존여비 관념을 강화시키는 지식의 근거가 되었다.

유교 사회 조선에서는 이러한 관념에 근거하여 여자의 사회적 활동을 금지시켰는데, 과거를 통한 관직 진출이 여자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여자란 본디 남자보다 낮다는 관념은 남자에게 혼인관계를 무효화시킬 권한을 주었다. 강제 이혼의 요건인 칠거지악(七去之惡)에는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은 경우, 아들을 낳지 못한 경우, 남편의 다른 여자를 질투한 경우, 병에 걸린 경우, 말이 많은 경우 등이 있다. 여자를 도구화하고 사물화시킨 이러한 규정들은 여자의 지위나 인격이 근본적으로 비천(卑賤)하다는 관념이 있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것들이다.

남자에게는 남자로 태어난 것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는 인생삼락(人生三樂)으로 사람으로 태어난 것, 남자로 태어난 것, 오래 산 것을 들고 있다. 즉 만물 중에 사람이 가장 귀한데 사람으로 태어난 것,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은데 남자로 태어난 것, 태어나 바로 죽기도 하는데 95세가 되도록 살고 있는 것을 들었다. 반면에 여자는 남존여비의 오랜 역사 속에서 스스로 남자를 존대하고 자신을 비하하는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의와 평가

전통사회에서 일상화된 남존여비 관념은 근대 이후에도 습속과 관행의 형태로 잔존해왔다. 대부분의 딸들은 아들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받으며 교육의 기회나 상속의 대상에서 배제되어왔다. 이제 남존여비라는 용어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지만,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수준의 지위와 인격을 가진 존재라는 엄연한 사실을 생활 속에서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참고문헌

『동아시아 고대의 여성사상』(이숙인, 도서출판 여이연, 2005)
「유교 가족 윤리와 ‘여성 정체성’: ‘삼종지도’를 중심으로」(김미영, 『철학연구』 33, 고려대 철학연구소, 2007)
「조선시대 사상에 나타난 여성관: 조선시대 유교의 여성관-율곡의 『성학집요』 <형내>를 중심으로」(최영진, 『한국사상사학』 20, 한국사상사학회, 2003)
「위진시대 유교의 여성관」(김인숙, 『사학지』 28, 단국사학회, 1995)
「유교적 여성관의 재조명」(박용옥·박영혜·하현강·정경숙, 『한국여성학』 1, 한국여성학회,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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