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 한때, 재래식 조선법을 지양하고 철정(鐵釘)을 사용하여 외판을 이중으로 치밀하게 구조하는 중국 남방의 조선법을 채택하였다.
이러한 중국식 조선법에 따라 지은 배를 갑선(甲船)·갑조선(甲造船)·복조선(複造船)이라 하였는데, 재래의 전통적인 우리 나라 조선법은 외판(外板)을 한 겹으로 한다고 해서 단조선(單造船)이라 하였다.
예로부터 독특한 조선법을 발전시켜 온 우리 나라 선박구조의 기본방식은 기다란 각재(角材)를 사용해 평탄하게 꾸민 두껍고 튼튼한 저판(底板)을 밑에 놓는다. 그리고 판재(板材)를 여러 층(層) 모아서 꾸민 양현(兩舷)의 외판재(外板材)와 평탄하게 꾸민 비우(非雨·鼻羽) 또는 비하(飛荷)라고 하는 선수재(船首材)와 선미재(船尾材)를 사면에 세워서 서로 고착하여 뚜껑이 없는 장방형 상자모양으로 조립해 놓는다.
거기에 횡강도(橫强度)를 부여하고 구획도 만들기 위하여 선체 위에 가로 가목(駕木:梁이라고도 함)을 필요한 수만큼 고착하고, 바로 가목 밑으로 내려가며 선체 안에서 양현의 외판재(外板材)를 가룡목(加龍木)이라 이르는 각재(角材) 또는 봉재(棒材)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단조법(單造法)으로서 지금 현존하는 우리의 전통적인 주선(舟船)들도 그와같은 평저구조(平底構造)의 평저선(平底船)들이다.
그런데 조선 초기에 이런 조선법이 구조가 튼튼하지 못하여 배의 수명이 짧고 속력도 느리다고 해서 여러 면으로 구조법의 개량이 모색되다가 드디어 1434년(세종 16)부터 철정을 쓰고 외판을 이중으로 하는 중국식 조선법인 갑조법(甲造法)을 채택하기로 한 바 있었다.
그러나 문종 때는 갑조선이 좋기는 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이 아직도 그 공법에 익숙하지 못하여 공(功)이 더 들고 깨지기도 쉬운 데 반하여, 단조선은 만들기 쉽고 수명도 갑조선에 비하여 별로 크게 뒤지지 않으니, 차라리 갑조법을 버리고 단조법에만 따르도록 하자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그래서 각 도의 실무자들에게도 갑조병선(甲造兵船)과 단조병선(單造兵船)의 이해장단을 하문한 결과, 갑조선은 양장(良匠)이 중국식 공법을 잘 익혀 정교하게 만들면 충해(蟲害)도 없이 견고한 구조로 되어 매우 유익하나 실제로는 졸공(拙工)들이 올바른 공법에 따르지 않고 만들어서 15년도 못 되어 이미 선체가 썩어버리고, 공도 배나 들어 단조선만 못한 실정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또한 단조선은 물자가 덜 들고 수리를 잘하면 수십 년을 쓸 수 있으며, 더욱이 그 상장(上粧)은 조운선으로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등 많은 이점이 있으므로 갑조법을 버리고 단조법으로 복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서, 한동안 채택하였던 갑조법을 버리고 전통적인 단조법으로 되돌아왔다.
그렇다고 무조건 예전 조선법 그대로 복귀한 것이 아니라, 그간에 배를 일정기간 동안 사용하고 나서 묵은 목정을 일체 교체하는 개삭법(改槊法)을 고안하고, 배밑을 연기로 그을려 충해를 방지하는 연훈법(煙燻法)을 개발하여 배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도를 강구함으로써 단조법은 조선 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박의 기본적인 공법으로 채택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단조법을 지나치게 고수하다 보니 그만큼 조선기술이 정체되었던 점도 부인할 수 없다.